[행복한 도전] 차향따라 귀농한 김재중씨
[행복한 도전] 차향따라 귀농한 김재중씨
  • 임명진
  • 승인 2018.03.15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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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 고향서 한국차 브랜드개발 꿈 꿔
▲ 2년 전 하동 화개에 귀농한 뒤 우리 전통차를 연구하고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김재중씨


무엇이 이토록 그의 마음을 강렬하게 흔들었을까. 남들처럼 커피를 즐겨 마시던 그가 어느 날 전통 차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인생항로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2년 전 하동으로 귀농한 김재중(31)씨의 이야기다. 경기도 수원 태생인 재중씨는 사실 하동과는 연고가 없다. 서울에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던 그에게 하동으로 귀농을 권한 이는 다름아닌 예비장인과 장모다.

재중씨는 대학시절 동아리 활동을 하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났다. 하동이 고향인 여자친구는 교제기간이 길어지자 집에 인사를 하자며 그를 집으로 데려갔다.

예비처가는 화개면에 500년 동안 정착해 살고 있는 토박이 집안이다. 대대로 하동의 특산물인 녹차를 재배하고 이를 가공해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거나 박람회 등에 꾸준히 출품하고 있었다. 곁에서 이를 지켜본 재중씨에게 그런 과정이 신기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취업준비로 바쁜 재중씨였지만 틈나는 대로 서울에서 열리는 박람회 출품 등의 일을 도왔다.

차분하고 꼼꼼한 성격의 재중씨를 눈여겨 본 예비처가는 하동으로 내려 올 것을 권했다. 요즘말로 데릴사위 스카웃을 한 셈이다.

“장인어른과 장모님께서 처가에서 이런 사업을 하고 있는데, 젊은 인재가 필요하고 좋은 인연이 되었으니 서울에서 취업보다 한번 내려와서 해 보지 않겠느냐고 권유를 하셨어요. 솔직히 생각이 많았어요”

졸업을 앞두고 처가의 제안에 고민에 빠진 재중씨, 뜻밖에 여자친구가 반대를 했다.

다른 젊은 사람들은 대도시에서 평범한 직장을 생활하는데, ‘왜 농촌에서 사서 고생을 하냐’며 재중씨를 말렸다.

“사실 남들이 못해본 경험을 한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는 생각도 있었구요. 전통 녹차를 이용한 다양한 사업이 새로운 블루오션이 되지 않을까, 할수 있겠다는 강한 자신감도 들었습니다”

▲ 차꽃 사진


재중씨는 부모님과 여자친구를 설득해서 2015년 12월께 전입신고를 마치고 정식으로 화개면민이 됐다.


그렇게 재중씨의 처가살이가 시작됐다. 팔자에 없는 데릴사위가 되었지만 하동에서의 생활은 만족스러웠다.

소위 적응기간을 거치며 빠르게 농촌생활에 적응해 갔다. 아침에 일어나면 녹차에 대해 공부하고, 다도와 찻잎따는 것부터 시작해 가공에 이르는 다양한 과정을 배워 나가기 시작했다.

예비장인에게는 와인을 만드는 법과 식초, 효소 만드는 법을 배웠다.

지난해 부터는 농업인대학, 창업대학원에 차례로 진학해 주경야독의 생활을 시작했다. 낮에는 일을 하고 오후 7시부터는 10시까지 수업을 듣다 보면 하루가 그냥 훌쩍 지나가 버린다.

지난 달에는 장모님이 운영하는 녹차 음식점을 새롭게 단장해 다시 문을 열었다. 페인트 칠부터 인테리어까지 모든 준비과정이 재중씨의 손을 거쳤다.

처가에서 운영하는 다오영농조합법인에서 팀장을 맡고 있는 재중씨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판로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식당을 다시 문을 연 것도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무대이기 때문이다. 녹차 와인과 오일, 식초, 효소 등 다양한 가공식품이 이 식당을 통해 선을 보이고 있다.

녹차를 만든 와인은 맛을 본 이들에게 벌써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젊은 세대의 입맛을 고려해 찻잎과 차씨로 만든 효소나 식초, 오일 등도 인기다.

큰 도시로 젊은 사람이 떠나고 있는 농촌에서 오히려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재중씨.

그의 꿈은 세계적인 커피 전문 브랜드인 스타벅스처럼 전통차로 한국적인 브랜드를 개발하는 것이다. 지금부터 시작이지만 그 꿈을 키울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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