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기획/특집
황인목의 초보자를 위한 집짓기 <1>건축주와 건축가설계, 건축주 꿈과 철학을 담는 작업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3.19  00:35:20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 가족의 꿈 그림같은 집

매스컴을 통해 슬로우 라이프(Slow Life), 패시브 하우스, 세컨드 하우스, 땅콩주택, 테라스 하우스, 맞춤형 주택, 개량한옥 등등 이런 용어들을 쉽게 접하기 쉬운 요즘입니다. 그만큼 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겠죠.

사람은 여러 곳을 옮겨 다니는 것보다 한 장소에서 오래 머물기를 원합니다. 내 땅에 내집을 짓고 살고 싶어 하는 것은 바로 사람의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 건물유형별 주택거래 통계에 따르면 최근 주택 거래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빌라형 공간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하는 나만의 독립된 공간을 가지려하는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가치로 평가받는 시대

이제 우리는 건물 평수가 가격을 결정하는 시기를 지나 건물 가치가 가격을 결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같은 가격의 땅에 지어진 집들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보는 집이 있죠. 예쁜 집, 재료가 특이한 집, 있는 듯 없는 듯 단아한 집, 뭔가 궁금증을 유발하는 집 등 그런 집이 가치가 있는 집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집은 시공비가 비싸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겠죠. 일반적으로 건축설계비를 제외하고 건축주가 선정한 건축구조나 건축자재가 특별히 비싸거나 지형조건, 외부조건 등이 난이하지 않다면 시공자가 일반적으로 평당 금액으로 책정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건축재료비와 시공비가 많이 투명해졌기에 오히려 너무 비싸거나 싸다면 의심을 해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제일 싼 곳에 맡겼다가 세월아 네월아 하며 공기가 느려지기도 합니다. 공사중에 추가금액을 계속 요구해 결국엔 건축비가 비싸져 버리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됩니다. 세상에 무조건 싸고 좋은 것은 없습니다.

◇설계가 중요한 이유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기면 시공비가 너무 비싸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는 분도 있습니다. 제 답은 일단 노(NO)입니다. 고급 대리석을 쓰지 않고 싼 벽돌을 사용해도 좋은 건축이 나옵니다. 건축에서 우선시 되는 것은 배치, 비례,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건축가에게 쓰는 설계비를 너무 아깝다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건축물은 소모품도 아니며 자기 무덤까지 가지고 갈 수 있는 물건도 아닙니다. 입주한 후 살다가 여러사정에 의해 이사를 할 수도 있고 미래는 알 길이 없습니다. 땅값만 받고 건물 값은 제대로 못 받게 되는 시절이 분명히 옵니다. 요즘 수도권 집들은 같은 동네, 같은 면적이라도 가격 차이가 서로 다른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어떤 건축가도 자기 멋대로 주택을 설계하지 않습니다. 건축주 개개인의 특성을 살리는 동시에 시공비와 공사기간까지도 고려해 신중하게 설계합니다.

건축가는 자기가 설계한 집의 주인도 아니고 그 집에 살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집은 건축가에게는 자기 자식입니다. 많은 시간동안 그림을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해 탄생한 산물입니다. 그렇게 태어난 집은 건축가에겐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입니다.

서점에 가면 건축잡지도 많고 인터넷으로 수십 장의 기존 건물의 평면을 접할 수 있습니다. 기백만이면 건축허가도면을 그려주는 사람도 있고 설계와 허가를 대행해준다는 시공사도 많습니다. 그리고 모눈종이에 자기가 직접 그림을 그린 뒤 건축가에게 건축허가만 내어달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토지와 주변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도면 그리고 생각만으로 그려지는 집은 어떨까요? 몇 군데 자기가 원하는 공간이 나올지는 몰라도 분명 미완성된 평면입니다. 왜냐면 평면은 단순한 2차원이 아니라 각각의 공간이 서로 얽혀있고 입면, 단면이 같이 움직이는 유기체입니다. 한 예로 제가 설계한 ‘함양 R씨 집’의 경우는 각 공간들이 유기체처럼 얽혀있기 때문에 평면의 어느 한 선이 10㎝만 움직여도 각 공간들이 영향을 받고 입면, 단면이 불안정하게 됩니다.

 

   
▲ 건축은 건축주의 삶과 철학을 담는 과정이다. 건축주는 자신에게 맞는 건축가를 찾아 소통해야 한다.

◇오랜 소통의 결과물

자기 집을 갖고 싶은 건축주들이 건축가를 찾아옵니다. ‘단독주택을 설계 해 달라.’, ‘ 다가구 주택을 설계해 달라.’, ‘상가주택을 설계해 달라.’ 대화 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몇가지 요구사항만 알려주고 건축가가 알아서 멋진 집을 설계해달라고 합니다. 혹은 스크랩해 온 사진 한 장을 주며 비슷하게 설계해달라고 합니다.

사실 이런 상황은 아무리 훌륭한 건축가도 어쩔 줄을 모릅니다. 왜냐면 땅이 다르고 향이 다르고 살아갈 구성원이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인터넷이나 잡지를 보고 마음에 드는 집, 공간, 인테리어, 조명, 조경 등을 스크랩해서 보여주거나 가족구성원들의 개성, 집짓기를 위한 예산,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좋아하는 음악, 미술작품, 혹은 막연한 공상을 이야기해도 건축가에게는 크게 도움이 됩니다.

설계란 상상을 구체화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많은 스케치, 3차원 그래픽, 모형으로 최상의 결과를 찾아내는 노력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공간과 조형의 완성도가 올라가며 건축주의 삶과 철학이 담긴 집이 완성됩니다.

한번은 개인사정이 있으니 일주일안에 설계를 다 끝내달라는 건축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거절했습니다. 음악가에게 와서 일주일 안에 교향곡 하나 써달라는 말과 다를 게 없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면 건축주가 원하는 집을 설계하려면 최소 3개월 이상 소통이 필요합니다. 건축주와 건축가가 숙고의 시간을 가져야만 비로소 건축주 삶과 철학이 담긴 집이 완성됩니다.


설계 완성도가 높을수록 시공 오차가 없어 시공비의 산정 또한 정확해집니다. 사실 설계가 끝난 후 시공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없습니다. 조경(수종 및 면적)을 변경하거나 옥외공간(테크, 캐노피)삭제, 내·외장재 교체 등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설계가 집짓기의 절반

건축가도 각 구성원들이 시간과 공간을 같이 공유하면서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하는 주택을 설계한다는 것은 힘듭니다.

하물며 일반인이 혼자 집짓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토지비를 포함해 최소 3억원 이상 자금도 필요하니 선뜻 달려들기도 겁납니다. 그래도 내 집을 가지고 싶어 합니다. 우리 가족의 꿈이니까요.

제가 설계를 맡은 주택이 완공되고나서 건축주로부터 초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오랜기간 자신만의 집짓기를 준비하셨던 분입니다. 그 건축주는 “설계가 집짓기의 반”이라며 건축과정에서 겪은 경험을 꺼냈습니다.

같은 식재료도 요리사에 의해 훌륭한 음식이 되고 같은 오선지도 작곡가에 의해 아름다운 음악으로 탄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건축도 그러합니다. 집을 짓고 싶다면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줄 건축가를 찾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입니다.

이번 연재는 집짓기가 두렵거나 막연한 일반인에게 도움을 드리기위한 취지로 시작합니다. 다음과 같이 연재하려고 합니다.

1.건축주와 건축가
2.건축행정 및 법규
3.건축구조의 이해
4.생각의 전환
5.내부공간 둘러보기
6.외부공간 둘러보기
7.건축재료 알아보기
8.친환경 및 에너지 절감 건축

-------------------------------

   
▶필자 약력
황인목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프랑스 로렌폴리테크닉·파리건축6대학 졸업
-프랑스 국가 공인 건축사(D.P.L.G)
-ARCHITECTURE·STUDIO(파리) 근무
-(주)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서울) 근무
-에펠건축사무소(진주) 대표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외래교수



경남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