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절름발이' 진주혁신도시
최만진(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객원칼럼] '절름발이' 진주혁신도시
최만진(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8.03.1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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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메르는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 인근에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만든 신도시이다. 70년대 중반에 바다를 메우는 것으로 건설을 시작했고 처음 계획과는 달리 인구 40만의 자족도시로 그 완성을 앞두고 있다. 총 5개의 지역을 개발하기로 했으나 진행과정에서 3개 지역으로 줄였다. 나머지 2개는 농지와 개발 유보지로 보존해놓았다. 여기에는 우선 작은 것부터 건설해보고, 드러나는 문제점을 탄력 있게 보완하고 개선해 가겠다는 전략이 숨어 있다.

이러한 방식은 우리와는 사뭇 다른 점을 보여준다. 새만금 개발이나 혁신도시건설의 경우만 해도 모든 것을 한꺼번에 시행하려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장점으로는 시간적 효율성을 들 수가 있겠으나, 진정한 효용성을 가지는지는 의문이다. 작은 집을 하나 지어도 그러한데, 국책 규모의 사업에는 생각지도 않던 문제가 당연히 생긴다. 새만금 경우만 해도 환경문제에 부딪혀 지금도 그 실마리를 풀기가 어렵다. 더 큰 고민은 사업의 성격 자체가 일괄 방식이어서 궤도수정을 위한 유연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진주혁신도시도 그 동안 다양한 문제가 노출되었다. 가장 도드라진 취약점은 교통, 정주환경, 도시 경관 등으로 지적되고 있다. 거의 완성된 골격을 보는 오늘날에도 공공교통의 연결성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당연히 있어야 할 유치원과 학교 등의 교육인프라가 많이 결여되어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혁신도시로의 이주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경관측면에서도 약간의 현대적인 건축물이 들어섰다는 것 외에는 별 특이한 것이 없어 보인다. 도시 공간도 여타 도시처럼 자동차와 주차시설 등이 주를 이루어 친인간적인 면모를 특별히 느끼게 하지는 않는다. 생태도시를 만들겠다는 기본 방향 제시는 있었으나 다녀보면 친환경적이라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들은 위에 언급한 알메르 시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된다. 이 도시는 초기 단계에서 이미 입주민들을 위한 완벽한 교통체계를 구축했다. 원거리교통 해결은 물론이고 버스정류장을 주거지 400m 이내의 도보 거리에 설치하여 공공교통중심 도시를 만들었다. 보행자와 자전거 전용도로는 도시 전체에 걸쳐 거미줄처럼 설치되어 있다. 특히 자전거도로는 자동차와 충돌 되지 않는 독립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어 안전성이 보장되어 있다. 자전거 보관 시스템이나 버스, 철도와의 환승 연계시스템도 완벽하여 굳이 승용차를 탈 이유가 없다.

친환경도시 조성 방안으로 우선 지역과 지역 사이에 넉넉한 완충녹지를 조성하였다. 여기로는 생태도로가 뚫어져 있어 거주지에서 자전거나 도보로 손쉽게 녹지로 나가 자연을 즐길 수 있다. 자동차 전용도로도 생태적으로 조성하였고, 도심 내 도로나 공지에도 건물을 짓기 전에 나무부터 심었다. 또한 주거와 수로를 융합하여 자연과 어우러진 꿈의 거주도시를 만들었다.

도시핵심부인 시티센터는 이와 대비된 초현대적인 경관을 선보이고 있다. 우선 인공 경사지를 만들어 네덜란드의 평지와는 다른 느낌을 추구하였다. 특히 세계적인 건축가들을 초청하여 초현대적 디자인을 실행함으로서 도시의 미래상을 시사하고 매력을 더했다. 주거건축에서도 네덜란드의 전통성을 가미하면서 현대성을 표출하는 세심함을 잃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의 혁신도시 개발을 ‘시즌1’으로 보고, 이제는 ‘혁신도시 시즌2’ 후속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이미 많은 문제에 직면한 혁신도시의 정주환경, 지역과의 상생발전, 스마트 환경 조성 등에 방점을 두고 있다. 어쩌면 때 늦은 일일 수도 있으나 혁신도시가 절름발이화 되는 것을 막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가진다. 이를 통해 진주혁신도시가 세계적인 시사점을 던져 주는 신도시로 변모해 가기를 희망해본다.

 
최만진(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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