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새 글밭을 가꾸며
신애리(수정초등학교 교사)
[교단에서]새 글밭을 가꾸며
신애리(수정초등학교 교사)
  • 경남일보
  • 승인 2018.03.1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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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는 시대를 대표하는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의 이름이며 3월에 첫 돌을 맞이하는 손자의 이름이다. 새 우주라고 부르고 싶은 28명의 아이들, 그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3월 신학기를 시작한다. 올해는 철이른 사춘기, 그 폭풍을 예감해 가며 단단한 꽃을 피울 준비가 시작되는 요란한 11살의 여행에 동참하게 되었다.

“올해의 목표는 자신만의 책을 만드는 것입니다.”

삼월의 첫날부터 교실창밖에 걸린 칠봉 산 꼭대기에 책 만들기란 커다란 깃대를 꽂아둔다.

어떤 방법으로 산을 올라야 하는지? 어떤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는지? 용을 무찌르고 공주를 구하는 용감한 왕자의 소명처럼 깃발이 펄럭이는 고지를 향한 희망의 탐색을 시작한다.

“책을 만들어서 좋았던 경험을 들어 볼까요?”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작가가 되었어요.”

“친구들은 부러워하고 엄마 아빠가 칭찬을 해줘요”

“내 책이 도서관에서 웃고 있어요.”

“글쓰기에 자신감이 붙었어요.”

지난해에 책을 만들어 본 친구들이 어깨 가득 자부심을 싣고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경험담을 듣는 다른 친구들의 자세는 자못 심각하다.

“멋진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침활동시간을 잘 사용해야해요. 우리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건이나 다양한 사물을 자신의 생각과 느낌이라는 안경을 쓰고 살펴봐야하는데 힘들지 않을까요?”

아이들은 십자군 기사단처럼 두 눈을 동그랗게 치뜨고 용감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도 할 수 있어요.”

“지금부터 시작해 보고 싶어요.”

11살의 결의에 동참해서 교실이 봄볕살처럼 후꾼후꾼 달아오른다.

“올해도 멋진 시조집이 우리들 곁에서 태어나길 기다려 보겠어요.”

단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전원 고지에 올라서서 자신들이 만든 깃발을 찾을 수 있기를 기원하며 새로운 시조글밭을 써레질하기 시작한다.

“길게 금을 그어 이랑을 만들고 북은 좀더 높여야 할까.”

어떤 시조꽃으로 피어날지 기다리는 그 일로 지금부터 마음이 두근거린다.
 
신애리(수정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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