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86> 서울 서대문 이야기
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86> 서울 서대문 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8.03.1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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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함성 재연

 

옛말에 사람은 태어나면 한양으로 보내고 망아지가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들은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중요한 의미인데, 다양한 볼거리와 훌륭한 문화를 많이 간직하고 있는 서울을 둘러보며, 또 거기서 생활하고 싶은 마음을 갖는 것은 지방에 사는 젊은이들에게는 꿈이고 로망이다. 큰 사람은 부모가 키우고, 훌륭한 사람 뒤에는 자애로운 어머니의 기도와 눈물로 씨를 뿌린 스승의 지도가 있다는 말을 상기하며, 99년 전 삼일독립운동을 주도했던 분들의 고초를 기리는 마음으로 서대문형무소가 있는 서울 서대문구를 찾았다.

서울에는 주요 관광 명소를 서울문화관광해설사의 전문적인 해설을 들으며 23개의 코스를 도보로 탐방하는 관광 프로그램이 있어, 인터넷과 모바일 웹(dobo.visitseoul.net)으로 예약하여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일정상 영천시장에서 얼큰한 해장국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출발이다. 독립문역과 서대문역 사이에 있는 영천시장은 5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으로 서대문구를 대표하는 시장 중 한 곳이며, 떡볶이와 순대, 꽈배기, 킹크랩, 떡 등 전통시장의 특징인 없는 것 없이 다 있는 곳이다.


 

영천시장


영천시장을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려니 새로움을 기다리는 듯 독립문이 우뚝 서있다. 독립문은 조선시대 때 청나라의 사신을 영접하던 장소인 영은문과 모화관을 허물고, 1897년 독립협회가 국민모금으로 파리 개선문을 본떠 건립하였는데, 서재필과 이승만 등이 주축이 되어 모화관 자리에 독립관을 짓고 조국의 근대화와 청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중심사상으로 삼은 우리나라 근대화의 상징적인 모습이지만, 독립문과 독립관은 고가도로의 건설로 원래 자리에서 70m 북쪽의 현 위치로 1979년 이전하였다.


 
독립관
서재필동상
3.1독립선언기념탑


민족의 자주독립과 자강의 의지를 담아 세운 독립문을 지나 서대문독립공원으로 들어서니 서재필동상 독립관 3.1독립선언기념탑 순국선열추념탑 서대문형무소가 차례로 나타난다. 새로운 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잘 꾸며진 공원길을 걸으며,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김구 유관순 안창호 등 수많은 분들이 여기 서대문형무소에서 고초를 겪으면서 죽음으로 나라를 지켰다는 생각에, 이런 분들 덕분에 행복하게 자유를 누리고 있는 우리는 한번쯤 역사현장을 찾아 넋을 기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서대문형무소의 최초의 이름은 경성감옥 이었는데 일제강점기 때는 독립운동을 하시는 분들을 감금하였고, 1960년대 정치적 변동을 겪으면서 많은 시국사범들을 가두며, 의왕시로 이전하기 전인 1987년도까지 서울구치소로 사용했다. 올해는 민족대표 33인과 유관순 열사 등 독립투사들이 숱한 고초를 겪었던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제99주년 3·1절 기념식을 열었고, 이어서 수많은 시민들이 독립문 앞에 모여 저마다 손에 태극기를 흔들며 99년 전의 뜨거운 함성으로 그날을 재연하며 독립투사들의 넋을 기렸다.



 
서대문독립공원
서대문형무소


일제의 침략에 맞서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하다 순국하신 애국지사들의 고귀한 넋을 다시 한 번 기리며 서대문형무소를 뒤로하고 한성과학고등학교 옆을 따라 안산자락길을 오른다. 해발 295.9m의 안산은 인왕산에서 서쪽으로 비스듬히 뻗어 무악재를 이루고 솟은 산으로 조선왕조가 개창되어 도읍을 한양으로 옮기면서 무악은 궁궐의 주산으로 주목되기도 하였는데, 안산과 인왕산 사이에는 무악재 하늘다리가 놓여 안산자락길과 인왕산을 오르는 서울한양도성길 4코스와 연결한다.

안산자락길은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는 7km 구간의 원점 회귀 코스다. 노란색 화살표나 파란색 화살표 중 한 방향을 선택해서 걸으면 된다. 길을 걷는 내내 같은 색 화살표만 따라가면 되는데, 그렇게 걷다보면 책을 볼 수 있는 북카페를 만나고 인왕산과 북한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전망대를 지나면 메타세쿼이아 숲도 우리를 반겼는데, 모처럼 시계도 좋고 공기도 싱그럽게 우리를 감싸는 느낌이라 내친김에 안산봉수대로 올라가 서울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쾌청한 행복한 웃음을 짓다가 서대문자연사박물관으로 간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로 지방 자치 단체에서 직접 계획하고 만든 자연사박물관으로 지역 환경의 지질학적, 생물학적 사실에 대한 증거와 기록을 보존·연구하며 대중에게 전시하는 장소인데,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자연환경과 함께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알려주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휴일을 맞은 어린이들이 부모님의 손을 이끌고 입장하는 줄이 끝이 안 보인다.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도록 입체적인 디오라마로 꾸며진 전시물들을 주마등처럼 둘러보고 만해일식에서 늦은 점심을 먹은 후 홍제천 서중시장 모래내시장을 차례로 둘러 서울 사람들의 빡빡한 삶을 느껴보며 서대문 이야기를 마무리 한다. /진주고등학교 교사



 
해장국

 
만해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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