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상담센터 외면하는 미투운동
대학 상담센터 외면하는 미투운동
  • 임명진
  • 승인 2018.03.1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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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상담실적 거의 없어…외부기관과 대조
미투운동이 대학가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도내 대학가의 자체 성폭력 상담센터의 상담실적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도내 대학에 따르면 학교 내 성폭력과 성희롱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자체 성폭력 상담센터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각 대학에 설치된 상담센터는 매 학기마다 성폭력 예방 캠페인을 전개하고 다양한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이 상주직원이 없고, 겸무를 하면서 운영되고 있는데다 실제 상담건수도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A대학의 경우 성희롱·성폭력 상담소를 설치하고 상담교수까지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피해자가 원할 경우에는 외부기관과 연계해 전문적인 상담도 제공받을 수 있지만 이 대학의 상담소에 올들어 접수된 건수는 전무한 실정이다.

다른 B대학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학생상담센터에 여러 명의 직원이 있지만 대부분 타업무와 겸무를 맡고 있다. 센터는 매년 성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학생들의 참여도 높은 편이지만 정작 상담건수는 한건도 없다.

이런 현상에 실제 피해사실이 없는 건지, 아니면 학생들이 이용을 꺼리는 건지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모 대학 교수는 “학교 내 상담센터는 학생들이 꺼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학내의 경우 피해자가 드러날 우려가 있고 설령 상담을 하더라도 합의 쪽으로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대학가에서 번진 미투 운동의 경우 대부분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나 개인 SNS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A대학 관계자는 “아무래도 최근 시대자체가 익명의 공간을 활용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면서 “학생들이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계속해서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학교 밖에 있는 전문 상담기관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외부 상담기관의 경우 미투운동이 확산되고 나서 최근 상담건수가 두배 이상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진주성폭력상담소의 경우 하루 평균 접수되는 사례가 평균 2건 정도이던 것이 최근에는 4~5건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상담소 측은 “미투운동이 확산되면서 신고 건수 자체가 부쩍 늘었다”면서 “미투와 연관되는 것도 있지만 성폭력을 당해도 신고를 주저하던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고 적극적으로 피해사실을 알리고 있다는게 가장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상담건수 10건 중 2, 3건은 미투로 연결되는 과거의 성폭력 피해사실을 상담하는 건수가 차지하고 있고, 20대 여성의 비중이 부쩍 높다는게 상담소 측의 설명이다.

상담소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SNS 등 익명이 보장되는 공간에 피해사실을 적극 알리는 것은 자신이 드러날까봐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성폭력 상담의 경우 피해자가 드러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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