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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론]국회의원이 남의 당 자리를 맡다니…
정승재 (객원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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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2  10: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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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정당의 이합집산이 있었다. 분당, 당이 깨지는 과정을 거치는 동안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당적을 두고 말이 많다. 당초 원적을 두고 당선된 비례대표 의원은 당이 갈라지는 와중에 당적이탈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탈당이 아닌, 출당을 요구한다. 상대 당은 다른 당 소속의원을 ‘당의 입’ 대변인과 공약 등을 구현할 정책분야의 총괄 책임자로 앉혔다. 남의 당 사람에게 자리를 주자니 꺼림했던지 ‘비당원 특례조항’을 신설하는 무리수까지 두었다. 납득 될 수 없는 기이한 일로 첫째, 당 소속 구성원으로써 정당 책임정치 취지를 훼절시킨다. 둘째, 탈당을 피선거권 상실로 까지 간주하며 의원직을 내 놓도록 한 공직선거법 위반소지가 다분하다. 셋째, 국회의원 특권을 유지하고자 한 비겁한 사건이다.

비례대표는 지역이나 선거구민을 대표하는 선거제도의 반작용을 보완하고 낙선한 사람에게 투표한 사표(死票)를 방지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각 정당이 득표하는 투표수를 기준으로 선출되는 것이다. 지역구 의원의 인물중심 혹은 그들의 역량을 기반으로 선출되는 점과 달리, 비례대표 의원은 소속한 정당 지지율을 잣대로 만들어 진다. 마땅히 정당은 다양한 분야를 대표할 유능한 인재를 대상으로 당 정체성과 이념을 대비시켜 후보로 선정한다. 소속 정당의 정책을 실현하면서 지지기반을 넓혀가는 정당의 책임정치는 이러한 선출과정을 통해 성숙해진다. 따라서 의원직 유지를 위해 탈당하지 않고 다른 당에서 주요 당직을 수행하는 행위는 정당정치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 이념에 치명상을 안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피선거권 상실로 인한 당선무효’라는 조항을 두고 소속정당의 합당·해산 또는 제명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변경하거나 이중 당적을 가지고 있는 때를 적시하여 의원직을 상실케 하도록 조문되어 있다. 이 법 제 192조가 그렇다. 그만큼 소속 정당을 위한 성실한 직무를 엄중히 요구하는 것이다. 불법 요소가 명징해 보인다. 우리나라 선거법은 이웃 일본은 물론, 서구 등 정치 선진국에서도 배워갈 만큼 민주주의, 특히 대의(代議)정치를 실현할 우수한 취지와 훌륭한 콘텐츠를 담고 있다. 법적 장치만으로는 선거제도의 상징모형으로 인정되는 수준이다.

기존의 당적을 유지한 채 다른 당의 당직을 맡는 다는 것은 명백한 해당행위다. 조직인으로서의 기본을 망각한 처사다.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강조하지만 허무맹랑한 궤변이다. 탈당하여 당당하게 소신을 지킬 기회는 엄연히 많다. 자신의 정치적 철학과 가치들은 국회의원이라는 자리에서만 실천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실정법 취지를 존중하면서 백의종군 의지를 다지면 더 좋은 결과, 더 유익하고 더 값진 신조로 인정받을 것이다. 좀 유치한 것 같지만, 남은 2년여의 임기동안 고스란히 통장에 얹혀질 수억원의 세비와 정책개발비 명목 등 각양의 현금수익에 미련이 있는지 하는 일각의 의구심도 엄존한다. 또 10여명에 달하는 보좌진의 피상적 ‘충성’의 끈을 포기하거나, 전반에 걸친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기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당의 비례대표로 나설 시점, 자신을 천거한 추천인과 종국적으로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준 유권자의 표심을 상기해 보면 처신이 단순해 질 수 있다. 싫어서 떠나는 탈당 아닌, ‘쫓아 내 달라’는 어색한 출당 요구는 졸렬한 일이다.

정치, 정치인이 국민들로부터 질시와 냉소를 받고 있는 현실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나락에 빠진 외딴섬 같이 고립되어 있다. 천외한 아전인수에 견강부회 같은 잦은 꼼수, 의원직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로 밖에 보이지 않는 행동거지는 정당하지 못하다. 실정법이라는 법률 위반소지 이전에, 사람이면 가질 양심의 문제다. 막강한 권한을 누리고 있는 국회의원 위상에 걸 맞는 양식을 바라면 무리일까. 이러한 부정적 행태가 쌓이고 반복되니 정치, 정치인이 욕먹는다.

 
정승재 (객원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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