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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론]미투 운동, 젠더평등 변혁의 기회로 승화 절실
김향숙(객원논설위원·인제대학교 교수)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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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2  21: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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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미국의 사회운동가 터레나 버크는 “나는 성폭행을 당했다”고 이야기한 13세 소녀에게 “나도 당했어(me too)”라고 말해주지 못해 후회한다고 했다. ‘미투 운동(#MeToo)’의 태동기는 소외계층 및 공동체 내 성폭력으로 피해 입은 여성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노력에서 시작되었고, 작년 10월 한 여배우의 트윗을 계기로 #MeToo의 범위와 영향력은 폭발적으로 번지고 있다.

#MeToo의 사회적 파장이 우리나라에서 특히나 두드러진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사회는 젠더평등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아 아직 젠더폭력에 대한 감수성과 인지도가 낮고, 무엇보다도 젠더폭력의 가해자를 추궁하고 처벌하기보다 피해자를 비난하고 모욕하는 행태 등으로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지배적이며, 국민의 젠더의식수준이 많이 뒤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더 늦기 전에 #MeToo를 우리사회의 성문화를 바꿀 중요한 기회로 삼고 값진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 #MeToo로 인해 형성되고 있는 인권주의와 여성주의적 연대감이 성폭력을 ‘겪은’ 또는 ‘경험한’ 수치를 더 부각시키는 피해자 처벌주의 사회분위기를 바꾸면서 성적 폭력을 ‘당한’ 고통에 초점을 맞추어, 사회문화 속 젠더인식을 높이는 문제에 집중하고 답을 찾는 밝은 희망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동안 알면서도 모르면서도 관행으로 저질러진 #MeToo가 얼마나 많을지 궁금하다. 무엇보다도 지금 나타난 #MeToo의 형태가 우리사회의 젠더평등문화를 과감히 바꾸기 위한 기회로 잘 활용되어지지 못해 정말 안타깝다.

#MeToo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성에 기인한 폭력행위의 형태와 피해 정도가 명확하게 규정되기 어렵다는데 있다. #MeToo로 인해 추행이나 강간과 같은 육체적 성범죄를 당하고도 사회적 보복이 두려워 심각한 고통을 폭로하지 못하는 피해자가 있는 반면에 ‘적대적 근무 환경’에서 일어나는 저속한 농담 한 마디에 “나도 당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저속한 농담 한 마디라도 깊은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피해를 얼마든지 줄 수 있지만, 우리사회의 일상 및 직장 속에서 벌어지는 모든 성적 농담이나 괴롭힘 등을 일반화하여 “나도 당했다”고 외치는 현상이 정착될 때 생겨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우려해야 한다. #MeToo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적인 부정 행동들을 지나치게 부각시키기 때문에 여성의 정체성을 사회 속 만연 피해자와 희생자로 정의하는, 즉 평등을 외치면서 스스로를 차별하는 역설적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더욱이 핵심 문제인 육체적 성폭력 범죄의 심각성과 경각심이 상대적으로 무뎌질 수 있다. 나아가 #MeToo가 젠더폭력과 관련된 사회, 문화, 법적 부정과 불평등을 표면에 드러내고 개선을 도모하는 선을 넘어, 피해자 성집단이 가해자 성집단을 대상으로 집단적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젠더 편가르기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소수집단의 피해자들을 더욱 더 소외시켜서 진정한 젠더폭력문제 해결이나 젠더평등을 위한 노력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범죄를 당한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굳이 고백하고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 때문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아직까지 성폭력에 대해 공개된 대화와 담론이 아주 부족하다. 이러한 점에서 #MeToo는 범세계적 사회 및 인권운동으로써 가치가 매우 크다. 따라서 가해진 성적 피해의 진상 그 자체에 집중되어야 할 사회적 담화의 의도와 가치가 젠더 편가르기와 무분별한 손가락질로 전락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선진 젠더평등문화를 만들어 갈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젠더평등을 이루기 위한 미래 지향적 변혁의 의지와 진정한 노력을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향숙(객원논설위원·인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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