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봄
한평생 묵묵히 살아오신 어머니
겨우내 침묵을 풀어
환하게 웃습니다
산하가 푸른 물결로 흔들리겠습니다
한평생 살아오는 동안 사람들은 저마다 ‘선택의 귀로’에 선다지만 어머니는 묵묵 한길이었습니다. 부모님의 착한 딸이었다가 결혼하면서는 남편의 아내로, 자식의 어머니로 살아내야만 했습니다. 동동거리며 항시 그 자리를 지켜내느라 제대로 한번 웃어보지도 못했겠습니다. 그러니 어쩌면 어머니의 봄은 한 번도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송이송이 꽃을 피워내기 위해 겨우내 캄캄한 뿌리의 방을 지키고 계셨겠습니다.
우리가 꿈꾸며 살아갈 수 있도록 물관을 힘껏 밀어주는 일이 전부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저 환한 봄꽃은 당신이 웃는 게 아니라 결국은, 당신의 수고로움의 대가로 핀 우리의 웃음이겠습니다. 꽃이 지고나면 그 때도 어머니는 초록으로 우리를 응원해 주실 게 분명합니다. 이 봄, 진정 당신의 환한 웃음이 보고 싶습니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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