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의 박물관 편지[6]
김수현의 박물관 편지[6]
  • 경남일보
  • 승인 2018.03.2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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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로테르담 보이만스 뮤지엄
네덜란드의 항구 도시 로테르담(Rotterdam). 도시를 가로지르고 있는 에라스무스다리.

로테르담(Rotterdam)은 네덜란드에서 수도 암스테르담 다음을 잇는 두 번째로 큰 도시다. 로테(Rotte) 강을 중심으로 댐에 만들어진 도시라는 뜻이다. 이곳은 북쪽의 바닷물이 도시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찍이 둑을 쌓고 댐을 만들었다.

유럽에서 가장 큰 항구를 가지고 있는 로테르담은 40㎞의 거대한 항구를 중심으로 연간 4억 6000만t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네덜란드 내에서는 경제도시, 유럽에서는 무역 거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찍이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과의 교류를 통해 과학과 철학이 발달하여 문화의 발전을 꽃피웠다. 그러나 1940년 세계 2차 대전은 로테르담의 발전을 주춤하게 만들었다. 독일군의 폭격을 받아 심각한 피해를 입었던 로테르담은 전쟁이 끝난 이후 도시를 복구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세계 제 2차 대전 중 독일로부터 폭격을 당한 직후 로테르담의 모습. (1940)

덕분에 오늘날 현대 건축물들과 옛날 모습을 간직한 로테르담이 공존하며 조화를 이루는 도시의 모습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도시 곳곳에서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폭탄의 위력이 컸던 지점을 표시해 그 날의 아픔을 되새기고 있다.

로테르담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마스(Maas)강 위에서 남쪽지역과 북쪽지역을 이어주는 에라스무스다리는 르네상스 시대에 로테르담을 대표했던 인문학자 에라스무스(Desiderius Erasmus)의 이름을 붙여 만들었다. 백조를 연상케 하는 외관은 네덜란드 항구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며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로테르담 보이만스 뮤지엄.

에라스무스 다리를 건너기전 둘러 볼 수 있는 박물관이 한 군데 있는데 13세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약 14만 5000여 점의 전시품을 보유하고 있는 보이만스 뮤지엄(Museum Boijmans Van Beuningen)이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 중 한곳으로 개관 이래 1700명의 개인수집가들이 5만 여점의 회화작품과 조각품들을 기증 또는 대여로 도움을 주어 다양한 그림과 조각, 골동품 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게 됐다.

보이만스 뮤지엄은 루벤스, 렘브란트, 반 고흐의 작품들은 물론이거니와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에 집중되어 있는 다른 박물관들과는 달리 드가, 모네, 몬드리안, 살바도르 달리, 세잔느 등 다양한 시대와 화가들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에드가 드가(Edgar Degas, 1834~1917) ‘열네 살 어린 무용수’(Petite danseuse de quatorze ans). /사진제공=Museum Boijmans

2층 전시실 한 편 수많은 회화작품 사이로 청동 조각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 유리 상자 속에 갇힌 작은 발레리나를 만날 수 있다. 프랑스 파리 출신의 인상주의 화가 에드가 드가(Edgar Degas 1834-1917)의 조각품 ‘열네 살 어린 무용수(Petite danseuse de quatorze ans)’이다. 보이만스 뮤지엄에 전시되어있는 이 조각은 화가의 사망 직후 왁스로 제작된 원작을 청동으로 복원한 것이다.

드가는 부유한 은행가 집안에서 태어나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법률 공부를 하다가 화가로 전향했다. 그는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르네상스작품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인물과 역사적인 작품을 주로 그렸다.

특히 드가는 발레 장면을 많이 그린 화가로 알려져 있는데, 인체의 움직임을 포착하여 생동감 있는 묘사능력이 뛰어났다. 그는 파리의 오페라 극장(오페라 가르니에)을 매일 같이 드나들며 오페라와 발레공연을 즐겼는데, 드가는 갈 때마다 똑같은 좌석에 앉아 그림을 구상하고 연주자와 발레리나들의 몸짓과 표정을 유심히 관찰 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아름다운 표현을 눈으로 보고 좋은 소리를 귀로 들으며 그것을 자신만의 표현으로 그림에 담을 수 있었던 드가는 더없이 행복한 삶을 살았을 법 하다.

하지만 신은 드가의 시력을 빼앗았다. 시력이 극도로 떨어지기 시작할 즈음 드가는 조각에 입문했는데, 작품 활동에 대한 그의 열망은 ‘열네 살 어린 무용수’같은 걸작을 낳기에 충분했다. 사람의 움직임을 물감을 통해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점토를 통해 연구하기 시작 한 것이다.
에드가 드가의 ‘발레교실’(Classe de ballet).

조각상의 모델은 벨기에 출신 14세 발레리나다. 이 소녀는 파리 오페라극장에서 발레 수업을 받았던 학생으로 드가의 일기에 몇 차례 언급되어 있다. 드가는 발레리나의 자세, 다리 간격, 발레의 자세를 이루는 발, 뒤를 향한 손, 곧은 몸통 등을 자세히 묘사했다. 드가가 이 소녀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또 어느 정도 친분이 있었는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소녀는 이 조각 외에도 드가의 또 다른 작품 ‘발레교실’(Classe de ballet)에도 등장했다.

‘열네 살 어린 무용수’는 드가 생전에 공개된 유일한 조각품이다. 원래의 조각은 철로 구조를 만들고 왁스를 칠한 다음 실크, 얇은 명주 망사와 천, 가발로 표현했다. 실제 머리카락과 발레슈즈가 너무 현실적이었던 나머지 1881년 인상파 전시회에서 이 조각은 화가들 사이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드가는 조각품을 다시 전시하지 않았으며, 이 조각은 1917년 드가 사망 직후 그의 작업실에서 발견됐다. 이후 1921년 청동으로 주조되어 29개의 복원품을 제작했는데 원래의 조각은 워싱턴의 국립 미술관 (National Gallery of Art)에 소장 되어 있으며 다른 복원품은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덴마크 코펜하겐 등에 전시되어 있다.



주소: Museumpark 18-20, 3015 CX Rotterdam, 네덜란드

운영시간: 화~일 11:00~17:00(매주 월요일 휴관)

홈페이지: https://www.boijmans.nl/

입장료: 성인 17.5 유로, 18세 이하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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