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적인 사랑
정삼희(시인)
맹목적인 사랑
정삼희(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18.03.1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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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삼희

유채꽃 흐드러진 청춘의 봄, 철없는 사랑의 공약하나로 맺은 언약이 28주년 결혼기념일이 다가옵니다.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은은한 조선 매화차를 다기에 다려놓고 가만히 앉아 명상하는 시간입니다.

20대 부부는 서로 사랑으로 살고, 30대 부부는 서로 정신없이 살고, 40대 부부는 서로 미워하며 살고, 50대 부부는 서로 불쌍해서 살고, 60대에는 서로 감사하고 살다가, 70대에 이르러서는 서로 등을 긁어주며 산다는 이 재치 있는 유머가 사실이라면 서로 불쌍해서 측은하게 바라보며 사는 필자는 중년의 단계인가요. 과연 그러 할까요.

모든 이들이 때론 약하고 너무 강해서 스쳐가는 인연 중에 진짜 인연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부의 인연은 전생에 원수끼리 만난다고 합니다. 전생 인연과 관계가 있다고 불교에서는 많이 말을 합니다. 그래서 이생에 서로 그 빚을 갚고, 받고 하려고 부부가 된 것이라 흔히 말합니다. 서로 그 빚이 다 할 때까지는 서로 부부 인연이 끝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인간으로 태어나 지금 자신이 어디쯤에 있는가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고통이 어떤 인과응보에 의한 것임을 아는 것이 더 중요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사랑한다 하면서도 싸우기도 하고 이해를 못하기도 합니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지만 미움보다 더한 것은 무관심이기 때문에 관심과 애정이 필요합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사전용어는 상대에게 끌려 열렬히 좋아하거나 애착을 느끼는 감정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시인 존 키즈는 사랑이란 온갖 자극과 감정이 뒤섞인 소란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생물학자들은 사랑이란 뇌에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발생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든 심리학자든 사랑이라는 감정은, 이성과 계산이 아닌 맹목적인 정서로 이해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청춘은 아름답다고 했지만 세월의 연륜으로 남은 중년 역시도 청춘 못지않게 찬란하고 아름답습니다.

세상에는 일곱 종류의 아내가 있다고 합니다. 어머니와 같은 아내, 누이와 같은 아내, 친구 같은 아내, 며느리 같은 아내, 종 같은 아내, 원수 같은 아내 ,도둑 같은 아내 과연 필자는 어떤 아내인가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하여 매화차 향기마저 잊고 차 한 잔의 명상을 내려놓습니다. 그동안 사랑이 부족 했다고 하면 더 깊이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하겠지요. 감성이 통하는 친구 같은 아내이길 감히, 욕심을 내어 봅니다. 어찌 보면 이 세상 남편만한 친구도 없을 것 같습니다.

정삼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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