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봄직한 클래식,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 중 봄, 그중에서도 1악장을 나는 좋아한다. 튀어 오르듯 연결되는 바이올린 선율이 어쩌면 그렇게 봄을 잘 표현을 했는지,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든다. 봄은 향연이다. 산수유 꽃을 시작으로 들판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더니 어제는 골목 어귀에 서 있는 오래된 목련나무도 하얀 꽃망울을 드러냈다. 머지않아 개나리, 진달래, 철쭉 등 봄꽃 물결이 이어질 것이다. 스프링처럼 튀어 오르는 새싹, 꽃봉오리를 보면서 봄을 Spring이라고 했다고 한다. 매년 반복되는 계절의 변화지만 새생명의 탄생은 항상 신비롭다.
춥고 어두운 겨울 터널을 지나 봄을 맞이하는 봄꽃들의 함성을 잘 표현한 음악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왈츠다. 이 음악을 들으면 왈츠를 모르는 사람도 왈츠 스텝을 밟을 수 있을 것 같은 경쾌함이 전해진다. 음악에 대해 거의 문외한인 필자도 이정도 느낌을 받는데, 음악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들었을 때의 감정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평소에 느끼는 것 중의 하나지만,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에 공감하는 편이다. 가요나 팝에 비해 대중적이지는 않더라도, 마니아층이 두터운 음악장르 중의 하나가 클래식 음악이다. 음악가나 작곡가가 아닌 이상 처음부터 클래식 음악을 알고 듣는 이는 별로 없다. 귀에 익은 익숙한 음악에서부터, 차츰 또 다른 음악으로 폭을 넓혀가게 된다. 그러다 보면 TV광고나 드라마, 영화에서 나오는 배경음악(BGM)중에 귀에 익은 음악이 들리기 시작하는데, 그때는 또 다른 느낌이었던 기억이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찾아오는 봄, 그때마다 봄이 반가운 이유는 오랜 친구가 먼 길에서 돌아오는 느낌과도 같기 때문이다. 봄을 표현한 클래식 음악이나 봄을 노래한 시가 아니더라도 고개만 들어보면 다정한 친구처럼 이미 곁에 다가온 봄을 느낄 수 있다. 김영랑 시인의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시말처럼 내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장은실(경상남도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 생활환경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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