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개헌, ‘헌법적 가치‘에 주목해야’
이재현(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교수)
[경일시론]개헌, ‘헌법적 가치‘에 주목해야’
이재현(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8.03.2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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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국가가 존재한다면 시간과 공간에 상관없이 어떠한 형태로든 특정시대, 특정 국가 운영의 근본이 되는 최고의 법체계는 존재하게 된다. 오늘날 이름하여 이 법 체계의 하나인 헌법은 정치라는 인간행위에 그 기본 원칙을 부여하고 있다. 이것은 정치가 한 국가의 최고 법체계인 이른바 헌법적 가치의 실현 주체여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 헌법을 보면 국민이 갑이고 국가는 을이다. 그런데 전형적인 권력의 갑질인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행사는 계속되어 왔다. 헌법 핵심구조를 통치 핵심구조로 인식하는 데서 비롯되는 사안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헌법개정 정국속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할 대명제가 있다면 헌법개정 정당성의 기준은 헌법적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이 정치적 공동체의 존재형태와 인간의 기본적 가치질서를 모두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헌, 인간존엄성에 그 의미 두어야

정국(政局)은 적폐청산라는 카드가 정점을 찍고, 개헌 정국으로 치닫고 있다. 개헌 명분은 선거공약에 있다.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투표를 한다고 대통령이 약속했다. 야당도 같은 약속을 했다. 그러니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개헌의 한 축은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줄여 제왕적 대통령이 나오지 않게 하는 헌법을 원하고, 다른 한 축은 지방분권토지공개념ㆍ대통령연임제를 고리로 개헌을 설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설계는 정치권이 가장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권력구조’ 형태에 대해서는 대통령연임제라는 카드 제시로 향 후 제시될 야당안과의 절충을 위해 개헌 협상논의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여당의 개헌안이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지방정부의 자치입법권과 자치행정권 명시한 것이나, 토지에 대한 투기나 불로소득을 막기 위한 조치로서의 토지공개념을 제시한 것은 실현여부의 현실적 조건과 상황을 떠나 금융실명제에 버금갈 수 있는 사회적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히 진보적인 주장이라 할 수 있다. 진보와 보수의 차이는 현실 여건을 어느 정도 긍정하고 있느냐 이다. 대개 진보의 주의 주장은 현실 여건보다 앞서 나간다. 최저 임금제나 청년 일자리 중소기업 취업 3000만원 지원 같은 것이 이러한 범주에 들어간다. 이번 청와대의 헌법개정 시안 발표도 이러한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에서 자문위원들을 위촉해 만든 헌법 개정안을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을 제쳐놓고 헌법개정안을 설명한 것은 이러한 사고의 단적인 예다. 민정수석은 단지 대통령의 신임이 있을 뿐이다. 국회의원에 대해 책임지는 법무부 장관도 아니고, 국민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도 아니다. 반드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을 나열한 17개 항목의 우리 헌법 89조 가운데 3호에 헌법 개정안 발의가 있다. 정부의 헌법개정안 준비 과정과 그 논의는 청와대 비서실이 아닌 국무회의 중심으로 이뤄지는 형식을 가져야 하는데 그 과정을 결한 것이다. 정치가 시스템(system)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적인 정치는 시스템을 일상적인 것으로 하여 운영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정치운영, 시스템 복원의 과제를 안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권력의 갑질, 제왕적 대통령 손질해야

특이하게도 헌법 전문은 민주주의적 요소가 부족한 국가는 상대적으로 헌법 전문이 장황한 것이 많다. 덴마크, 노르웨이, 독일 등 정치 선진국의 헌법 전문은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매우 간략한데 반해, 중국이나 북한헌법 전문은 매우 길고 복잡한 것이 그 예다. 헌법 전문에 성급하게 자의적으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려고 부마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항쟁의 민주 이념을 명시하겠다고 한 것은 지금 시점으로서는 다의적인 역사적 평가를 가지고 있기에 자제되어야 한다.
 
이재현(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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