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플러스 <192>광양 따리봉~도솔봉
명산플러스 <192>광양 따리봉~도솔봉
  • 최창민
  • 승인 2018.03.2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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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수목과 동식물 살아가는 생태박물관
▲ 도솔봉에서 남쪽 제비추리봉으로 향하는 산줄기 

따리봉, 도솔봉은 광양 백운산 줄기에 있다. 광양 옥룡면 동곡리 백운산을 중심으로 남쪽에 쫓비산 억불봉, 북쪽에 따리봉 도솔봉이 위치한다. 동쪽 맞은편에는 섬진강이 흐르고 그 위에 백두대간의 종결자 지리산이 누워 있다. 백운산 상봉이 1218m, 따리봉 1127m, 도솔봉 1123m이다. 그러니까 이 산줄기를 얕볼 수 없는 게 1000m가 넘는 세 개의 거대 봉우리가 굴비처럼 꿰어있다. 여기에다 남으로 형태가 우람한 억불봉이 1000m에 가까운 높이를 자랑한다.

그래서 산행도 만만치가 않다. 실제 논실마을에서 따리봉까지는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있지만 다시 도솔봉에 올랐다가 남으로 하산해 회귀하는 코스는 그리 쉬운 산행이 아니다. 또 백운산→억불봉 산행도 하루코스로는 길다. 이처럼 지리산 혹은 백운산의 명성에 가려 따리봉·도솔봉이 과소평가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전남에서 지리산을 제외하고 두 번째 높은 산을 품은 이 줄기는 수목의 종류에서 명산의 면모를 보여준다. 신갈, 구상, 졸참, 고로쇠나무가 군락을 이뤄 고산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여기에다 섬진강과 지리산 백운산, 살아 있는 신의 옷, 거대한 생명 줄기를 느끼고 조망하며 걷는 산행이 일품이다. 오르내림이 크기 때문에 활기차고 역동적인 산행을 할 수 있다.

지난 겨울 하동 구재봉 산행 때 강 건너 백운산이 보였다. 그 뒤편에 눈 덮인 산이 따리봉이었는데 당시 고도가 더 높은 백운산보다 따리봉에 눈이 많이 내린 것은 특이했다. 이번에도 춘분 날 때아닌 눈이 펑펑 쏟아졌다. 그러고도 며칠이 지났지만 그 하얀 눈이 남아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이 산으로 이끌었다.
▲ 춘분 날 내린눈이 녹지않아 늦은 눈산행의 묘미를 느낄수 있다.
 


▲등산로:논실마을 입구→제일송어산장→한재갈림길→전망바위→따리봉·밥봉 갈림길→따리봉→참샘이재 갈림길→헬기장→도솔봉→헬기장→제비추리봉·논실 갈림길→논실마을 회귀. 9.5㎞, 휴식 포함 5시간 30분 소요.

▲이 일대에는 재미있는 산 이름이 많다. 따리봉은 산 형상이 뱃길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도구 ‘따리’를 닮았다는데서 왔다. 또 다른 명칭 ‘똬리봉’은 물동이를 머리에 일 때 받치는 원형의 똬리와 관련 있다. 이 외 백운산 줄기에는 밥봉, 쫓비산, 제비추리봉, 노랭이봉이라는 이름이 있다.

오전 9시 54분, 등산로 초입이 헷갈려서 주의해야 한다. 광양시 옥룡면 동곡리 논실마을 청마루 펜션 앞 주차장이 기점이다. 주차 후 좌측 논실마을 쪽으로 100m 정도 들어가 갈림길에서 오른쪽 임도를 따르면 제일송어산장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이 길이 한재를 넘어 섬진강 남도대교와 화개장터로 가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옛길이다. 지역 주민들은 백운산기슭에서 채취하고 재배한 산나물과 매실, 농산물을 내다팔기 위해 강 건너 화개장터에 수도 없이 오갔다. 송어산장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면 2.3㎞거리에 있는 한재까지 가는 데는 무리가 없다. 오른쪽 머리 위 백운산 방향 전망바위가 보인다. 큰 소나무와 함께 잘 조성된 무덤 앞 임도를 따라 오른다. 숲속의 아침 펜션방향 계곡을 건너고 송어산장 옆으로 임도가 나 있다.

 

▲ 오색딱따구리


멸종위기종인 오색딱따구리 한마리가 특유의 날갯짓으로 이 나무 저 나무를 옮겨 날며 취재팀의 이목을 끈다.

실제 이 지역은 백운산 생태계 변화관찰지역이다. 신갈나무 졸참나무가 대표수종이고 고로쇠, 서어나무 군락지가 많다. 고도 1000m지역에는 가끔씩 구상나무도 보인다. 멸종위기종인 광릉요강꽃, 나도승마, 삵, 담비, 하늘다람쥐 등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 우수지역이다. 동시에 서울대학교 남부학습림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산나물 등 채취는 금지돼 있으나 마을 주민들의 주 소득원인 고로쇠수액 채취는 가능해 곳곳에 고로쇠 호스와 물통이 많다.


 

▲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한재


오전 10시 50분, 한재에 닿는다. 넘어가면 섬진강 남도대교 화개장터이다. 오른쪽이 백운산(2.6㎞)방향, 왼쪽이 따리봉(1.3㎞), 도솔봉 방향이다. 이곳에서부터 오롯이 산길 급경사이다. 양달이어서 눈은 다 녹아버렸고 눈밑 흙길이 드러나 진흙과 뻘이 등산화에 잔뜩 달라붙는다.

진창이 된 흙발을 하얀 눈에 비벼서 닦아내는 일은 귀찮기도 하지만 어쩐지 묘하게 재미가 있다. 따리봉 100m직전 갈림길에 선다. 오른쪽 산줄기는 밥봉으로 가는 길이다. 밥봉 반대쪽 능선 100m정도 이동하면 따리봉이다.


정상엔 데크로 전망대를 만들어 놓아 사방 조망이 가능하다. 장쾌한 지리산 줄기가 섬진강 너머에 펼쳐져 있다. 미세먼지 탓에 고도가 높은 천왕봉과 반야봉, 노고단만이 보이고 그 아래는 어슴푸레하다.

남으로는 뾰족한 백운산 상봉, 그 뒤에 근육질의 우람한 억불봉이다. 제비추리봉과 남해 망운산은 안개와 미세먼지 때문에 우련하다

진행 방향에 내리막에 이어 작은 봉우리에 헬기장 지나 버티고 선 도솔봉이 아주 멀게 느껴진다. 그런데 알 수 없는 게 사람의 심리인가 보다. 눈은 게으르고 발은 부지런한 법, 시각은 빛만큼 빠르긴 해도 언제 저곳까지 가겠느냐고 진작부터 겁을 내고 게으름을 피운다. 반면 발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일하고 나중에 끝을 내는 마력이 있다. 일상이 그러니 새겨서 실천해 볼일이다.

 

▲ 소나무

예상대로 응달엔 눈이 녹지 않았다. 3월 말 눈 산행은 생경하지만 추억을 가져다준다. 1980년 대학가요제 대상곡 ‘꿈의 대화’ 가사 말 ‘아침엔 꽃이 피고 밤엔 눈이 온다∼ 들판에 산 위에 따뜻한 온누리∼’. ‘아침에 꽃, 밤에 눈’ 봄에 내리는 눈이라는 상상을 갖게 하고 현실이 춥고 힘들어도 곧장 꽃피는 봄으로 달려 갈 것이라는 희망이 역설의 시어를 낳았다. 아무튼 미끄러져 넘어지더라도 서둘러 일어나지 않고 잠시라도 그대로 있거나 혹은 뒹굴며 유년시절의 가졌던 티 없는 마음으로 돌아가 본다. 찌든 마음 상한마음 기꺼이 버리고 그 맑은 영혼 그대로이길….

도솔봉의 우람한 산이 차츰 가까워진다. 따리봉과 달리 바위들이 많다. 중간 헬기장에서 점심 겸 휴식 후 오후 1시 30분 다시 발길을 재촉한다.

오후 1시 50분, 참샘이재를 지난다. 좌측으로 내려가면 참샘이재를 통해 논실로 하산할 수 있는 길이다. 논실 가는 두 번째 길은 5분 만에 또 나타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도솔봉 오름길이다. 눈길은 내리막길에서만 좋았다. 오름길에선 자꾸 미끄러져서 누군가 뒤에서 끌어 당기는 듯했다.

오후 2시 30분, 장차 부처가 될 보살이 산다는 도솔천(兜率天), 도솔봉에 닿는다. 미륵보살의 거처 도솔천에선 가끔 미륵이 인간세계에 내려와 선악을 심판하고 관장한다고. 불교에서 욕계(欲界) 6천 중 제4천이라고 한다.

 

 
 


이 천국의 봉우리에서 남쪽 제비추리봉 방향으로 내려다보는 풍광이 일품이다. 산첩첩 골첩첩 산봉우리의 선이 굵다. 여기에다 성성한 초록 잎을 자랑하는 군데군데 구상나무와 수백년 수령의 소나무는 겨울바다에 뜬 섬 같기도, 열사(熱沙)의 오아시스 같기도 하다.

취재팀은 이 길로 방향을 잡았다. 호남정맥은 오른쪽 형제봉 방향이다.

도솔봉에서 40분 만에 만나는 갈림길에서 제비추리봉 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꺾어 논실마을로 향한다. 체력이 떨어지고 코스가 길어 하산길이 만만치 않다. 급경사에다 미끄러운 낙엽까지 덮여 발끝까지 힘을 주어서 작은 걸음으로 조심조심 내려와야 한다. 오후 3시 40분, 논실마을을 거쳐 주차장에 회귀한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구상나무
gn20180323광양따리봉도솔봉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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