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딸기의 진화
[농업이야기]딸기의 진화
  • 경남일보
  • 승인 2018.04.0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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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숙(경상남도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농업연구관 농학박사)
겨울이 아름다운 이유 중 하나는 맛있는 딸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과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딸기는 원래 장미과 식물, 그래서 색깔도 장미처럼 붉고 강렬하다. 최근 동계올림픽에서 일본 여자컬링대표팀 선수가 애정한 그 한국산 딸기!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딸기가 재배되었을까. 정확하지는 않지만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딸기가 처음 심겨진 곳 즉 시배지에 대해선 논산, 삼랑진 등 여러 얘기가 있지만 기록으로 남아있지는 않다. 해방 후 일본인이 소유하였던 딸기 과수원을 불하받아 계속 재배하게 되었고, 전파되기 시작했다고 본다. 가을쯤에 딸기 묘를 밭에 심어두면 겨울을 넘기고 봄이 되면 잎이 나고, 꽃이 피어 5월에 딸기를 수확하는 식이었다.

이후 더 좋은 신품종이 들어오고, 비닐하우스가 보급되면서 딸기 재배는 획기적 발전하게 된다. 벼를 수확하고 난 후, 딸기를 심고 1월에 비닐로 피복을 해주면 3월부터 딸기를 수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시 500평에 딸기를 재배하면 쌀 100가마 정도의 소득을 올려 900평의 밭을 사들였다고 한다. 비닐하우스 재배 초기에는 수정벌을 넣지 않아 전부 기형과가 되었던 일, 비닐을 피복하는 시기를 너무 앞당겨 꽃은 피지 않고, 잎만 무성하게 만들었던 일 등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독농가들은 회고한다. 저녁이면 비닐하우스에 섬피(볏짚이엉)를 덮어주고 아침이면 일일이 열어 주어야 3월에 수확이 가능하였으니 그 노고가 오죽하였을까.

1970년대 후반 또 한 번 커다란 변화를 맞게 된다. 진주지역을 중심으로 비닐하우스를 2중 짓고, 그 사이에 물을 뿌리는 방식(수막보온)을 도입하면서 딸기 수확을 1월까지 앞당겼다. 딸기를 한겨울에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는 아예 벼를 심지 않고, 딸기만 재배하는 전업농이 늘었다. 1987년에는 7996ha로 딸기 재배면적이 최대로 증가하였다.

1990년대에는 대과형이고 신맛이 없으며, 휴면이 옅은 일본 품종 아끼히메가 들어오면서, 가을에 심어서 바로 그해 11월부터 수확할 수 있게 됐다. 소비층은 장년층부터 어린이까지 더욱 두터워졌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품종보호에 의한 로열티 문제가 국제적인 문제로 부각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막대한 인력과 연구비를 적극적으로 투입하여 국산 품종과 기술개발에 적극 동참하게 되었다. 설향, 매향, 싼타, 죽향, 금실, 아리향 등이 최근 20년 사이에 개발된 우리 품종들이다.

최근 우리가 재배하는 딸기는 90% 이상이 우리 품종이다. 설향은 산미와 단맛이 잘 어우러지고 싱그러운 수분이 가득하다. 매향은 달달한 향내가 강하고 저장성이 뛰어나 외국으로 수출을 한다. 죽향은 꿀처럼 달다. 금실은 장미를 연상시키는 향에 단맛과 약한 신맛이 적당히 어우러지고 청포도처럼 신선한 느낌을 준다. 아리향은 일반 딸기보다 두 배 정도 크고 당도도 높다. 딸기! 이름만큼이나 별별 맛을 자랑하니, 이제는 입맛에 따라 다양하게 골라 먹어보자.

윤혜숙(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농업연구관 농학박사)




 
농업연구관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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