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봄기운이 감도는 날 봄 흙과 함께
[월요단상]봄기운이 감도는 날 봄 흙과 함께
  • 경남일보
  • 승인 2018.04.0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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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대지의 꿈틀거림과 함께 흙을 만져볼 수 있는 시기도 이때쯤이 아닐까 한다. 겨울잠을 깨고 눈을 부비는 모든 생명의 눈뜸, 지난해 푸르다 못해 검푸른 색으로 넘치던 욕망의 녹음마저 잊게 했던 메마른 가지에 생명을 느끼게 하는 그 평범한 법칙도 오직 흙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 흙속에 담긴 생명들, 바람과 햇빛과 함께 새 생명이 조용히 깨어날 때 흙속에 담겨진 그리움은 우리 모두의 설렘이고 추억일 것이다.

삼동의 겨울잠을 마음껏 자고 난 흙을, 그 흙을 일구고 만져서 온몸에 흙냄새가 배어들도록 해야 하는 건 아닐까. 부드럽고 촉촉한 흙을 정성껏 주무르고 흙냄새를 맛보면서 씨앗이나 모종을 심고 난 뒤 봄이 오는 황홀한 발자국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해보자. 봄의 기운이 온 몸에 배어든 채 초록빛 꿈을 꾸고 있는 우리의 영혼에도 푸른 움이 트도록 해야 한다. 새싹을 바라보는 순수함으로 흙 속에 묻힌 씨앗이 땅을 비집고 올라오는 그 신비로운 경이(驚異)를 어찌 바라보지 않을 수 있으랴.

모든 것은 흙에서 태어나듯, 우리 인간을 보고도 “너는 본래 흙이니라. 그럼으로 흙으로 돌아가리라.”고 하였다. 한 포기의 풀과 다를 바 없이 흙으로 생명을 받았으니 흙은 모든 생명의 고향이고 살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흙의 냄새는 살 속에 깃든 영혼의 향기이듯 그래서 모든 생명에 생명을 주며 생명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냄새가 바로 흙의 냄새일 것이다. 이 봄날 흙냄새와 함께 생명의 진기함과 거룩하고 고결한 향기까지 은은히 풍겨 나올 때. 누구든 자신의 봄을 만들어 가도록 해야 한다.

원컨대 우리 모두 대지의 기운으로 생명을 키워내는 신비로운 힘과 젖내음을 품어내는 봄 흙을 일구고 만지면서 그 무엇이든 심어야 하는 건 아닐까. 아침저녁 들며나며 보살피고 물을 주면서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기쁨에, 흙에 대한 애정까지 함께 한다면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고 더욱 잘 자라주지 않을까 한다. 이 봄날 흙이 전해주는 정서를 느끼지 못한다면 어떻게 생명과 영혼의 아름다움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으랴.

계절이 변화는 건 자연의 순리이지만 우리에겐 무디어진 감각을 새롭게 다스릴 수 있는 좋은 자극이 된다. 이 봄날 화초를 가꾸고 씨앗을 뿌려보지 않은 사람이 흙의 소중함을 알 수 없듯, 흙을 만지고 나무를 심어 본 이가 나무를 꺾거나 상처 또한 어찌 낼 수 있으리오. 봄기운이 감도는 이때 우리의 삶이 비록 그늘져 어둑한 데가 있다 할지라도 새로운 혼으로 다시 태어나 반드시 자신의 봄을 창조할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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