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관우와 주몽은 마취없이 수술을 견뎠을까
최원준(경상대학교 의과대학 산부인과학교실)
[객원칼럼]관우와 주몽은 마취없이 수술을 견뎠을까
최원준(경상대학교 의과대학 산부인과학교실)
  • 경남일보
  • 승인 2018.04.01 14: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기 있었던 드라마 ‘주몽’ 에는 주몽이 어깨에 상처를 입어 어의가 칼로 수술을 하게 되었을 때 술을 한껏 들이켜고 “이제 시작하시오”하는 멋진 장면이 있었다. 삼국지에서 신의(神醫)라고 불리는 화타가 팔에 독화살을 맞은 관우를 치료하는 장면과 흡사하다. 그러나 현직 의사인 저자는 과연 “뼈를 깎는 고통을 마취제 없이 견디었을까?”하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의견이다. 아마 주몽과 관우는 술이나 혹은 다른 약제를 사용한 국소마취를 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질병을 치료하는 데 수술은 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중요한 치료법 중 하나였다. 기원전 2250년의 함무라비법전에 의하면 배농, 백내장수술 그리고 방광결석 제거 등과 같은 수술을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고대 아랍, 고대 이집트, 고대 그리스에서도 수술적 치료가 행해졌던 기록들이 남아있으며, 고대 잉카 문명에서도 상당한 기술 수준의 외과적 시술들의 기록이 있다. 동양에서는 고대 인도의 외과학 수준이 상당히 높았으며 5세기에 이미 121종의 수술기구를 사용하고 붕대를 이용한 지혈, 알코올을 사용한 소독이 행해졌다고 한다.

수술적 치료에 마취는 필수불가결이었지만, 외과학에 비해 마취학의 발전은 미미하기 그지없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포경 수술을 위해 아이의 목을 눌러 반쯤 질식시킨 후 시행하기도 하였다고 하고, 그 외 얼음이나 찬물을 이용하는 냉각법, 가시로 다른 부위를 찔러 통증을 분산시키는 방법, 심지어는 나무망치로 머리를 때려 기절시키는 방법도 사용하였다고 하니 현대인들이 듣기에는 어이가 없다.

마취에 관한 역사적 문헌을 찾아보면, 1세기 경 디오스코리드는 환자에게 ‘만드라고라’의 뿌리로 만든 와인을 마시게 한 후 수술을 하면 통증에 반응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러한 상태를 ‘anesthesia(마취)’라고 하였다. 이는 그리스어로 ‘an(無의 뜻)’과 ‘aisthesis(감각)’의 복합어이다. 그 외에도 아편, 코카잎, 알코올 등을 이용하여 마취를 시도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근대에 들어서도 마취학의 발달은 미미하여 수술을 빨리하는 것이 오로지 통증을 적게 하는 방법이었고 손이 빠른 의사는 유능한 의사로 불리게 되었다.

현대 마취 역사의 포문을 열게 된 것은 ‘아산화질소’, ‘에테르’, ‘크로로포름’으로 계보를 잇는 흡입마취제의 등장부터라고 할 수 있다. 첫 시도는 1844년 미국 치과의사였던 호레스 웰즈가 하였다. 그는 아산화질소를 이용하여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공개수술을 감행했다가 실패했다고 한다. 그 후 1846년 윌리엄 모턴은 에테르를 이용하여 목의 종양을 제거하여 세계 최초의 마취 수술이 성공을 거두게 된다. 곧이어 1847년 영국 에딘버러의 산부인과 의사인 제임스 심슨이 빅토리아 여왕의 왕자출산 때 클로로포름을 이용하여 무통분만에 성공하게 된다. 현대 마취의 역사에 세 가지의 중요한 마취제가 있었지만 에테르는 자극적인 냄새와 가연성의 문제로, 클로로포름은 치명적인 심부정맥을 비롯하여 간독성이 알려져 사용을 하고 있지 않다. 아산화질소는 전신마취제의 보조제로 혹은 소아 치과 등에서 아직도 사용되는 유용한 마취제이다.

현대에는 마취기법들의 발전이 엄청 많이 이루어졌다. 이와 함께 마취 중 환자의 상태를 관찰할 수 있는 설비 및 수술 중 환자의 생리적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의 발전으로 안전하게 수술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암수술이나 현미경을 이용하는 정교한 수술들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제는 주몽과 관우처럼 고통을 참으며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되니 현대의학의 혜택 안에 사는 우리는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
 
최원준(경상대학교 의과대학 산부인과학교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