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플라스틱의 윤리적인 생산과 소비
[제언]플라스틱의 윤리적인 생산과 소비
  • 경남일보
  • 승인 2018.03.2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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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진(농협안성교육원)


박물관에 있는 옛날 유물들을 볼 때마다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정말로 떼돈 벌겠다는 유치한 생각을 해봅니다. 특히 왕이나 여왕이 사용했던 금관에 달려있는 곡옥이나 유리 장신구 등을 보면 그 생각이 더욱 간절해집니다. 잘 만든 플라스틱 제품을 갖고 옛날로 가기만 하면 많은 돈을 왕에게서 받아 낼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그 만큼 요즘 나오는 플라스틱 제품이 잘 나온다는 반증일 겁니다.

이렇게 잘 나오는 플라스틱의 역사는 1846년 독일의 화학자 크리스티안 쇤바인이 니트로셀룰로오스 합성에 성공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1907년 벨기에 출신 미국 화학자 리오 베이클랜드가 최초의 합성수지 플라스틱인 베이클라이트를 발명하면서 본격적인 플라스틱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저렴하면서도 튼튼하고, 색상이나 강도까지 조절할 수 있게 되면서 플라스틱은 우리 실생활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일례로 아침에 플라스틱 칫솔에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있는 치약을 묻혀 양치하고, 플라스틱 케이스를 씌운 플라스틱 핸드폰을 들고 출근하며 쇼핑 후 플라스틱 카드로 결제합니다. 플라스틱 그릇에 반찬을 담아 식사를 하고, 식후에는 플라스틱 뚜껑으로 덮은 일회용 컵으로 커피를 마십니다. 주위를 둘러 봤을 때 플라스틱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이제는 전기가 흐르는 플라스틱도 발명되어 그 사용처는 점점 더 늘어날 겁니다.

하지만 플라스틱은 분해가 어렵다는 큰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한번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어딘가에 남아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실제로 태평양에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이루어진 거대한(우리나라 면적의 14배) 섬이 있다는 보고도 벌써 몇 년 전에 나왔고 이런 쓰레기 섬이 계속해서 늘어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쓰레기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를 떠돌아다니면서 많은 생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으며, 플라스틱이 시간이 지날수록 크기가 작아지면서 먹이사슬을 통해 최종 소비자인 우리에게 다시 역습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입니다.

얼마 전, 크기 5mm이하의 플라스틱을 크릴새우, 굴, 산호초 등이 먹이로 착각해서 먹는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런 생물들은 다시 상위 포식자에게 섭취되어 결국은 인간의 식탁으로 올라오게 되어,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을 다시 인간이 먹어버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먹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물의 성장과 생식능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와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렇다고 갑자기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민간과 기업, 정부가 함께 현명한 생산과 소비를 지향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생산자들은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에 대한 준수가 필요합니다. 단지 재활용 부담금을 내지 않기 위함이 아니라 원료를 만드는 기업부터 최종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업까지 총체적으로 연계하여 플라스틱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소비자는 플라스틱이 일회용품이 아니라 내 후손이 살아가는 미래를 담보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플라스틱 제품이 최대한 재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하고 무분별한 사용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정부는 플라스틱의 현명한 생산과 소비가 연계될 수 있도록 재활용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소비자에게는 사용 절제와 분리수거에 대한 동참을, 생산자에게는 강제성과 재정적 지원을 동반한 재활용시스템 참여가 그것일 겁니다.

“사람이 먼저다” 현 정부를 떠올리면 연상되는 것 중에 하나입니다. 물론 사람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우선되고 지속되어야 사람이 먼저 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도 플라스틱에 대한 윤리적인 생산과 소비가 절실해지는 요즘입니다.

오성진(농협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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