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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속 그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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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02  19: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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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숙

우리의 생활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돈이 아닐까 싶다. 생활 속에서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진 돈이지만 돈을 자세히 살펴 볼 기회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돈을 자세히 보면 재미 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가 있다. 즉, 지갑 속 지폐에 실린 그림은 귀한 국보급 그림들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소장된 국보급 그림을 늘 지니고 다니는 셈이다.

지폐 속 그림에 대해 한 번쯤은 관심을 갖고 살펴볼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그림은 위폐를 방지하는 게 일차적인 목적이겠지만, 한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물건이기도 하다. 각 나라의 지폐에는 그 나라를 상징하는 인물이나 사물에 대한 그림이 그려져 있어 돈을 보면 이 나라는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무엇이 발달했는지 알수있게 된다. 화폐는 경제적 가치의 교환을 위해 상용되는 지불수단이면서 한 나라, 한 시대 지역의 특색을 드러내는 대표적 상징물이기도 하다. 그 나라의 상징적 소재를 채택해 예술적 요소를 가미한다. 때문에 화폐를 보면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짐작할 수 있다.

정치적, 사회적 변화에 나라의 정체성이 달라지면 화폐 역시 변화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화폐의 역할을 생활 수단의 도구로만 여기지 않고 예술로서의 가치를 표현하려고 시도했다. 우리나라 만원권 지폐도 앞면에는 세종대왕 초상화, 그 뒤로 순 한글로 창작된 최초의 작품인 용비어천가, 조선시대 임금의 상징물이면서 독창적인 그림인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가 담겨있다.

일월오봉도는 조선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왕실화이다. 왕권의 상징 뿐 아니라 백성들의 태평성대를 염원하는 의도에서 제작됐다. 해와 달, 다섯 개의 산봉우리, 그 앞으로 물이 흐르는 그림으로 옥좌 뒤에 펼쳐진 병풍 그림으로 ‘해를 품은 달’,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사극 드라마나 영화에서 조선시대 왕의 뒤 배경으로 많이 등장한다.

일월오봉도는 왕의 그림자와도 같은 존재이다. 이 그림을 그려놓은 병풍이 ‘일월오봉병’ 인데 왕이 행차할 때도, 죽은 뒤 혼백을 모시는 곳에도 심지어 왕의 초상 뒤에도 늘 일월오봉병이 있었다.

왕을 삼재를 꿰뚫는 안목을 갖춘 사람이라 여겨 일월오봉도 앞에 왕이 앉음으로써 곧 그가 우주의 조화를 완성하는 진정한 왕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는 의미이다. 왕이 있어야 비로소 일월오봉도가 완전한 의미를 지닌 그림으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만원권 지폐에 세종대왕이 그려지면서 일월오봉도도 함께 담긴 것이다.

강현숙(진주미술협회 문화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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