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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학도, 그 아름다운 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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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05  18:5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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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균
“나이 들어서 공부는 해서 어디다 쓸 끼고?” 오십 살에 대학 입학한 내게 고향 친구는 말했다. 농사꾼이 농사만 열심히 짓지 왜 외도를 하냐는 질책이었는지도 모른다. 학벌을 위한 노탐으로 비춰질까 염려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아들 보다 한 살 아래인 젊은 친구들과 강의실에서 시를 쓰고 소설을 평하였다.

“공 삼촌은 동화가 어울려요” 함께 밥을 먹으며 옷매무새 고쳐주듯 서로의 전공을 걱정해 주기도 했다.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로’라는 예쁜 친구가 편지 한 장을 건네주었다. ‘제 아빠도 만학도로 대학을 다녔어요. 공 삼촌, 우리 4년 만에 함께 졸업해요’ 휴학하거나 포기하지 말자는 격려였다. 4년 만에, 라는 그 한 마디는 내게 큰 힘이 되었고 우리는 함께 무사히(?) 졸업했다.

‘더 늦기 전에’ 라는 말로 대학원 가기를 권유하는 아내에게 저항하며 또 몇 년이 흘렀다. 대학원까지 나와서 내 이름 박힌 작품집 한 권 못 낸다면 이런 창피가 어디 있나, 아내의 권유를 외면한 이유인지도 모른다. 그러다 올해 다시 학생이 되었다. 경남 과기대 창업 대학원이다. 학부 전공과 전혀 다르니 어찌 보면 이것도 외도다. 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창업 컨설턴트를 꿈꾸다니. 하지만, 학교에 와서 공부를 해보니 문학과 창업 사이에 연관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알았다. 지금은 1인 미디어 시대다. 스토리텔링만 잘 할 수 있으면 창업에 절반은 성공한 것과 다름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만큼 창업에서 홍보나 마케팅은 중요한 한 부분이다. 자신만의 차별된 이야기를 만들어 블로그나 SNS를 통해 전파한다면, 사업 성장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만 키운다면.

취업난이 심각한 시대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하지 못하는 청년들을 만나면 농업 쪽 창업을 많이 권하는 편이다. 청년들에게 농업 관련 창업은 내가 보기에 블루오션이다.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사무실’로 생각하고 새로운 시선으로 농촌을 바라보면 창업 분야가 곳곳에 보인다. 자신의 연봉을 디자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농촌에 관심 있는 젊은 친구들에게 시골 생활 30년의 경험과 ‘이야기를 바라보는 시선’을 제대로 나누어 준다면, 그들이야말로 우리 농촌을 젊게 만드는 동인이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외도를 즐기기로 했다. 앞으로 2년, 아름다운 외도가 될 것 같다.
 

공상균(농업인·이야기를 파는 점빵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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