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고령화
  • 경남일보
  • 승인 2018.04.0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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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삼희

집 앞 작은 평상에는 온종일 동네 노인들이 경로당처럼 앉아 진을 치고 있다. 여름이면 자정이 가까워도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는지 시끌벅적 소란스러워 밤잠을 설치는 날이 일상화 되어있다. 좁은 소방도로 골목 모퉁이 마다 평상들이 즐비하여 소음으로 민원도 많지만 아무 소용이 없는 현실이다. 정자루나 경로당이 5분 거리에 있지만 수준에 맞지 않는다는 각종 이유로 소외된 여가 속에 잡담 삼매경에 빠져 무심한 세월만 소득 없이 낚고 있다. 노인문제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모든 사회는 그들의 문화 속에 사회를 지탱해주는 여러 제도와 밀접하게 연결된 합리적인 노인 부양 체계를 가지고 있다.

산업 사회의 정년제로 인한 이른 사회활동으로부터 퇴출, 젊은 세대의 핵가족 선호사상과 부모부양 기피의 쇠퇴 등으로 인해 가족으로부터 나오는 이른바 탈(脫)가족화 현상으로 인해 갈 곳을 잃고 골목으로 전전하며 무위, 무료 속에서 역할을 상실한 채 노후생활이 대책 없이 길거리로 나오고 있다.

노인인구는 196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국민 생활수준의 향상과 보건의료분야의 발달로 인한 평균 수명의 상승으로 급속한 증가 추세로 인구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지인은 내게 말한다. 퇴근하고 걸어서 집까지 10분 거리인데 골목에 평상 4개를 거쳐야 갈수 있다고, 어르신들은 저 여자 뭐하는 여자냐 부터 외모까지 온갖 소리들이 등 뒤로 전해질 때면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필자 역시 대문을 열면 바로 평상이 있다. 늘 모인 노인들은 변함없이 평상에서 논쟁중이라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동감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붕괴된 미 정립 노인문제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정부의 노인 복지 대책이 당장 시급한 실정이고 민심의 고충소리에 각 지자체도 평상을 거두어 철수하고 소외된 노인들의 갈 곳을 마련해서 이러한 갈등들을 해소해야 한다. 예부터 중국 고전인(예기)에는 회갑의 시기를 일반적으로 노에 들어서는 단계로 생각해왔으며 인생 70을 고래희(古來稀)라 하였다. 100세 시대인 요즘 개념으로 환산했을 때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핵가족화와 개인화 및 디지털 문화의 확산 등으로 인해 소외감과 외로움은 더 커져간다. 정부에서 여가 시설을 늘리고 소일 프로그램을 개발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스스로의 생활 자세와 가족의 보살핌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인간은 누구나 노화한다. 그리고 결국 한줌의 재가 되고 기가 흩어져 자연으로 돌아간다. 외로운 것은 각자의 몫이지만.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정삼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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