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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용복의 세계 오지탐험 [2]부탄(하)'행복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했던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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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09  09: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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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붐탕

트롱사(Trongsa)로 출발하는 오늘은 하루 종일 차에서 보내게 될 예정이다. 야크 무리가 도로 한 쪽에서 유유히 거닐고 있어 카메라에 담고 싶어 내렸더니 가이드가 너무 가까이 가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중간 휴식지에서 커피와 비스킷을 먹고 있을 때 대만에서 온 단체 관광객을 만나 ‘국제 교류의 시간’을 가지고 각자의 길을 다시 나섰다. 트롱사에 도착할 무렵 예상치 못한 교통체증을 만났다. 이런 산골짜기 도로에서 교통체증이 웬 말이냐. 아스팔트 포장도 되어 있지 않고 겨우 차 두 대가 다닐 수 있는 곳에 긴 줄이 생기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사태 파악을 위해 통역, 가이드와 함께 차에서 내려 앞쪽으로 무작정 걸어가 보니 산사태로 집채만 한 돌들이 도로 중앙에 쏟아져 막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포클레인이 도착해서 돌들을 계곡 아래로 치우고 있었다. 그 돌들이 굴러 내리며 내는 소리는 천둥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순간 누군가 갑자기 산 위를 가리키며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닌가. 또 산사태인가 하고 혼비백산하는데 장난이었단다. 모두 웃으며 이런 상황을 ‘행복한 시간’으로 만들고 있었다. 산중에 짙은 어둠이 내려앉고 자동차 불빛이 없으면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가 됐을 때 차는 목적지로 향했다. 호텔에 도착해서는 간신히 요기만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 산사태로 도로가 일부 폐쇄됐다.


트롱사 종을 들려 다시 붐탕으로 출발한다. 부탄 여행의 특징은 불교 국가답게 대부분 사원 방문으로 이루어진다. 일상이 종교생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사원을 방문할 때, 스님들과 얘기할 때는 늘 몸가짐을 단정히 해야 하기에 조심스럽다.

책가방을 메고 있는 여러 명의 아이들이 한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인솔자와 함께 도로를 걸어가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부탄 올 때 챙겨온 학용품들을 나눠주니 부끄러운 듯 좋아하는 모습에 순수함을 느낀다. 부탄은 모계사회라서 여성의 사회 활동과 지위가 높다. 여행 중 머물렀던 대부분 호텔에서 무거운 짐을 방까지 옮겨주는 직원들은 여성이었다. 처음엔 무거운 짐과 씨름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직접 하려고 했지만 가이드가 괜찮다고 말렸다. 오히려 도와주려는 것이 성차별이 될 수 있는 분위기였다.

 
   
▲ 당번을 정해 한 아이의 엄마가 나머지 모두를 인솔하여 2시간이나 걸리는 학교를 걸어다닌다.


붐탕에서 2박을 하게 된 호텔은 크지 않지만 젊은 주인 부부가 운영 하는 곳이었고 음식솜씨가 남달라 가장 맛있게 식사를 한 곳이었다. 우연찮게 남편의 큰아버님을 만나게 됐는데 예전에 이곳의 시장님이었고 우리나라도 한번 방문한 적이 있다고 했다. 티타임을 가지며 부탄의 어제와 오늘에 대해 듣는 귀한 시간도 가졌다.

부탄의 포브지카 계곡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로 세계적 보호종인 검은목두루미의 겨울을 나는 곳으로 유명하다. 내가 갔을 땐 두루미를 관찰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었지만 포브지카 계곡의 아름다움을 보고 싶어 그곳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며칠 전 겪은 산사태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부탄의 도로 사정은 아직도 많이 열악하여 곳곳에서 개선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워낙 비탈진 산 중턱으로 난 좁은 도로이기에 공사 중 생길 수 있는 작은 문제로도 통행이 어려워진다. 이런 공사에 투입되는 인부들의 상당수가 인도인들이라고 한다. 인도는 아직 계급문화가 남아있어 자국에서 일하는 것보다 부탄의 산 중턱에 움막을 치고 먹고 자며 제대로 된 장비 없이 맨손으로 일하는 것이 여러모로 낫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인 셈이다. 하루 인건비는 만원에도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다. 부탄의 행복지수에는 이들은 분명히 빠져 있을 것이다.

 
   
▲ 야크 수십마리를 키우는 아주머니


넓은 산등성이에 수 십마리의 야크를 풀어 키우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야크는 재산이다. 행색은 남루해 보이지만 이 동네 유지인 셈이다. 나의 부탁으로 야크 한 마리를 불러 젖 짜는 모습을 보여준다. 야크 젖을 팔기도 하고 치즈도 만들고 야크 털로 기념품도 만들어 판다고 한다.

포브지카 계곡에 가기 전 강테(Gangtey)사원을 들렀다. 검은목 두루미가 히말라야 높은 산맥을 넘어 포브지카 계곡에 도착하기 전 이 사원 위를 돌고 간다고 한다.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으나 이곳 사람들의 불심은 그만큼 대단한 것이다.

스님들의 저녁 공양시간이었다. 차가운 돌바닥에 앉아 밥과 국 그리고 간단한 찬을 나누기 시작했다. 통역을 맡은 린첸은 한국에서 5년 정도 살았고 경희대학교를 졸업했다고 한다. 부탄으로 돌아온 이유를 물으니 답은 간단하다. ‘부탄이 더 잘 살기 원해서 왔습니다.’ 부탄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며 느낀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들이 사회 곳곳에 있다는 것이다. 부는 세습되고 가난은 대물림되는 듯했다. 전 국민이 무상교육을 받지만 그런 교육을 통해서 가질 수 있는 양질의 직장은 적어 보였다. 소위 말하는 인생 역전의 기회들이 많아 보이지 않았다. 무상교육과 의료 혜택으로 최소한의 인간적 삶은 보장받지만 그뿐이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 강테사원 스님들의 저녁식사 모습


드디어 팀푸로 돌아간다. 가는 길에 다시 돌출라를 지나가게 되어 이번엔 히말라야 명봉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부푼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구름때문에 볼 수 없었다. 팀푸에 가까워지니 길이 포장이 되어 차를 타고 있는 게 여간 편안할 수 없다. 오가는 학생들은 전통 의상을 교복으로 입고 책가방을 메고 한 손에는 도시락을 든 모습이 정겨웠다. 팀푸의 중심에 들어서니 양쪽으로 늘어선 주차된 차들과 상점의 간판들로 며칠 만에 만난 도시의 모습이 반가웠다. 부탄은 신호등이 없는 유일한 국가이다. 또한 경적 소리도 없다. 호텔에 짐을 풀고 부탄에 살고 있는 몇 안 되는 한국 분을 만나러 약속 장소로 향했다. 부탄 국가대표 여자농구팀 감독이다. 우리나라 체육협회에서 외국으로 지도자들을 보내 스포츠 발전에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해외 원조를 받던 수혜국에서 짧은 시간에 지원국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늘 자부심을 느낀다.

   
▲ 신호등이 없는 부탄
   
▲ 전 붐탄시장과 티 타임



부탄은 왕정국가이며 불교국가이다. 왕이 있고 왕의 가족, 즉 로열패밀리들이 있다. 부탄 자동차에 번호판을 보면 일반 번호판과 왕족들 그리고 불교 지도자들 차량의 번호판은 구별된다.

행복의 나라 부탄에서 로열패밀리로 또한 불교 지도자로서 많은 혜택과 존경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부탄 곳곳에는 4대 국왕과 현 5대 국왕 그리고 왕비와 왕세자의 사진이 걸려 있다. 그것은 어떠한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국민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는 행동이다. 처음엔 공산권 국가마냥 눈에 거슬렸지만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도 그 나라 왕과 왕비의 얼굴이 또렷이 기억나니 여행객에게도 훌륭한 마케팅 전략이 아닐 수 없다.

부탄을 떠나오던 날, 파로 국제공항으로 가는 길은 즐거웠다. 그동안 정들었던 통역을 맡은 린첸, 가이드 린첸, 운전기사 도지와 헤어질 생각을 해서 그런지 맑고 아름다운 날씨가 더 슬프게 느껴졌다. 정든 이들을 두고 떠나는 발걸음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우연찮게 시작된, 어렴풋이 들었던 부탄이라는 나라를 여행하는 내내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대부분 사람들의 목표는 자신의 행복, 가족의 행복일 것이다. 행복하려면 꼭 필요한 것이 있을 것이다. 건강한 신체와 최소한의 경제적 여유는 필수가 아닐까. 그렇기에 76세 나이에 전 세계 171개국을 여행하고 있는 나는 건강하고 집안의 살림살이를 걱정하지 않을 정도는 마련해 두었으니 행복한 사람이 될 필수 조건은 갖춘 것 같다. 그러면 행복한가 되묻게 된다. 부탄은 여러 면에서 강대국도 아니고 대부분 국민들의 삶이 풍요로움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들에게서는 어떠한 부족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당당하며 의연한 자존감이 묻어나는 친절함과 순수함이 모든 이들에게 있다. 그것이 부탄을 행복지수 1위로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

   
▲ 팀푸에 있는 도르덴마상
   
▲ 포브지카 계곡
   
▲ 파로국제공항 배경으로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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