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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67>관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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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10  00: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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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매도 선착장 앞표지판.


◇섬 전체가 전설로 살아있는 관매도

1박 2일, 국민체력센터(원장 이준기) 명품 걷기 클럽인 건강 하나 행복 둘 회원들과 기획워킹으로 전설의 섬, 관매도를 찾았다. 진도 팽목항에서 40분 정도 배를 타고 가니 조도의 어류포항에 닿았다. 하조도와 상조도를 잇는 연도교 밑으로는 톳양식장과 전복양식장이 광활한 수면 아파트를 이루고 있었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하조도 등대와 바다를 향해 날아갈 듯 매섭게 눈을 치뜬 매바위, 도리산 전망대 등 조도를 탐방한 뒤, 어선을 개조한 배를 타고 관매도로 향했다. 바다와 하늘, 그리고 섬 모두 미세먼지가 지배하고 있었다. 배를 타고 관매 8경인 방아섬, 꽁돌, 하늘다리, 다리여, 벼락바위 등을 둘러보았다. 1박 2일 동안 해설을 맡은 도팍 이평기 해설사의 구수한 입담과 인문학적인 깊이가 관매도 절경을 더욱 아름답게 다듬어 주는 것 같았다. 신선과 선녀가 반했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관매도, 배 위에서 관매8경의 비경과 해설을 눈과 귀로 담은 뒤, 오후부터는 직접 관매8경을 탐방하면서 선계가 남겨놓은 전설을 만나보기로 했다.

관매마을인 솔숲민박집에서 여장을 푼 뒤 바로 관매도 마실길 트레킹에 나섰다. 바다가 온통 톳양식장이었다면, 섬밭에는 모두 쑥을 재배하고 있었다. 쑥이 웃자라는 걸 막고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망을 쳐 놓았다. 청정지역인 조도와 관매도에서 나는 쑥과 톳이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된 비결을 비로소 알았다.


 
   
관호마을의 돌담길.


◇천혜의 비경이 만들어낸 전설

관호마을 뒤에는 야트막한 고개가 하나 있다. 거기엔 울타리 역할을 하는 바람막이 돌담인 ‘우실’이 있는데, 바람에 의한 농작물의 피해를 막고자 하는 의미 외에 마을의 재액과 역신을 차단함과 함께 성(聖)과 속(俗),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짓는 민속신앙적 의미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우실은 단순한 돌담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만난 문화의 새로운 양상의 하나다. 바로 이 우실 너머에 선녀들의 공간인 꽁돌과 하늘다리가 있는 것만 보아도 이곳이 인간의 세상과 선계를 나누어 놓은 경계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그 경계의 문은 닫혀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열려 있음을 보아 인간세계가 곧 선계임을 말해주고 있는 듯했다. 부귀나 빈천, 지위의 높낮이, 미추(美醜)도 모두 인간의 마음이 만들어낸 산물일 따름이요, 전설 또한 사람이 만들어낸 이야기다. 이처럼 아름다운 비경 속에서 신선처럼 살고 싶어 하는 간절함이 관매도를 전설의 섬으로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늘장사의 손 자국이 남아 있는 꽁돌.


관호마을 뒷재를 넘자, 하늘장사가 묻힌 돌묘와 직경 5m의 꽁돌이 있었다. 하늘나라 옥황상제가 애지중지하던 꽁돌을 두 왕자가 가지고 놀다가 실수로 지상으로 떨어뜨리자 옥황상제는 하늘장사에게 명하여 꽁돌을 가져오게 했다. 하늘장사가 왼손으로 꽁돌을 받쳐 들려고 하던 차에 주위에 울려 퍼지는 거문고 소리에 매혹되어 넋을 잃고 말았다. 그러자 옥황상제는 두 명의 사자를 시켜 하늘장사를 데려오게 하였으나 두 명의 사자마저 거문고 소리에 매혹되어 움직일 줄을 모르니 옥황상제가 진노하여 그들이 있던 자리에 돌무덤을 만들어 묻어 버렸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지금도 하늘장사의 손자국이 꽁돌에 선명하게 남아있고, 꽁돌 옆에 돌무덤 흔적이 있다. 길섶 산자고와 노루귀, 꿩의바람꽃과 진달래꽃이 떼지어 마중 나온 바닷가 숲길을 걸어서 관매도의 비경 중, 첫손가락으로 꼽히는 하늘다리로 향했다.

   
갈라진 바위 틈에 아슬아슬하게 놓인 하늘다리.


바위산 중심부가 칼에 잘린 듯이 수직으로 갈라진 폭이 3∼4m나 된다. 거기에 놓은 하늘다리, 위에 서서 발아래를 보니 정말 아찔하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 또한 절경이다. 옛날 방아섬에서 방아 찧던 선녀들이 날개옷을 벗고 쉬던 곳이라는 전설이 생겼을 만큼 선녀들도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나 보다. 돌아오는 길에 선녀가 뒤 따라 올 것만 같아 자꾸 뒤돌아보니, 선녀옷을 입은 하얀 바위산이 탐방객들에게 가파른 발밑을 조심하라며 손짓을 하는 듯했다.

해설사 도팍 선생님은 방아를 찧던 선녀들이 목욕을 하고 밥을 지어먹었다는 서들바굴 폭포와 벼락바위 전설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관매도에서는 해마다 청년을 제주(祭主)로 추대해 당제를 지냈다. 1년 동안 몸을 정갈하게 해야 하는데, 제주로 추대된 청년이 그 기간에 사귀어온 처녀를 몰래 만나자 갑자기 하늘이 벼락을 때려 섬 한 쪽이 깎아지른 절벽이 되었다. 이곳을 벼락바위라고 부르고, 청년과 처녀가 죽어서 다리여의 구렁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가는 곳마다 비경이 있고, 그 비경이 전설을 탄생시킨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다시 선계와 인간세상의 경계인 우실로 되돌아오자, 옛정취가 물씬 풍기는 관호마을 돌담길이 우리를 맞아 주었다. 바람을 막아주는 기능뿐만 아니라 예술적 가치 또한 매우 높은 돌담을 감상한 뒤 숙소로 돌아올 무렵, 한때 선녀였던 할머니들이 환한 웃음으로 탐방객들을 배웅해 주셨다. 민박집 앞에 있는 관매해수욕장에 닿자, 때마침 일몰이 시작되고 있었다. 희뿌연 고농도 미세먼지가 환상적인 관매도 일몰 풍경을 연출해 놓았다.



 

   
방아섬의 남근석 모습.


◇사람과 풍경, 해설이 어우러진 멋진 여행

다음 날 아침 일찍, 샛배 일출을 보러갔지만 해무로 인해 허탕만 치고 묵은 열매들을 빨간 해처럼 달고 있는 해당화들이 길섶을 밝혀주는 마실길을 따라 되돌아왔다. 아침 식사 뒤 방아섬으로 향하는 솔숲길, 3만여 평의 해송숲에는 해송 하나하나 번호로 된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꼿꼿하게 선 해송들의 모습에서 자존감을 엿볼 수 있었다. 수령 400년 전후의 해송 가지에 기생하는 일엽초와 송담이 명품 해송을 만드는데 일조를 하고 있었다. 솔숲 옆에는 천연기념물 제212호로 지정된 수령 800년 된 후박나무 두 그루가 인자한 눈빛으로 우리를 반겼다. 방아섬으로 가는 해안길은 아주 서정적이다. 선녀가 내려와 방아를 찧었다는 방아섬의 정상에는 남자의 상징처럼 생긴 남근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아쉽게도 해무와 미세먼지가 앞을 가려 선녀들이 방아 찧는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더 의미가 있다는 걸 깨달은 1박 2일이었다. 아름다운 비경이 만들어 놓은 슬픈 전설을 구수한 입담으로 건네준 해설사, 관매도의 비경을 닮은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한 힐링여행, 행복 가득 채운 추억으로 오래오래 가슴 속에 머물 것 같다.

/박종현(시인·경남과기대 청담사상연구소 연구원)

 

그물망을 덮어놓은 쑥밭
그물망을 덮어놓은 쑥밭.
조도에 있는 매바위
조도에 있는 매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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