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낙동강'에서 만난 윤이상과 이은상
[경일포럼]'낙동강'에서 만난 윤이상과 이은상
  • 경남일보
  • 승인 2018.04.0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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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창원 YMCA 명예총장)
첫 번째 휴전선 종주를 하고 온 이은상은 1965년부터 한국청년운동협의회 회장으로 무려 17년간 있으면서 반공청년운동을 죽을 때까지 열심히 하였다. 반공청년들과 함께 하는 여러 행사에서 ‘짧은 일생을 영원한 조국에’ 바치자는 북진통일을 강조하여 많은 감동을 주었다. 두 차례나 휴전선을 종주한 이은상은 절절한 나라사랑을 담은 시조 '고지가 바로 저긴데', '나의 조국 나의 시', '너라고 불러보는 조국아', '기원' 등을 썼다. 한편 휴전한 지 3년이 지난 1956년,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가 이듬해인 1957년 독일로 옮긴 윤이상은 세계적인 작곡가 되었다. 그는 남북통일과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다가 분단의 희생양, 독재 권력의 국면전환용이라는 동백림사건으로 투옥되어 징역을 살기도 했다. 윤이상은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광주여 영원히', 북한국립교향악단이 초연한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를 작곡하였다. 이 두 분이 6.25전쟁 시기에 부산에서 만나 작사, 작곡한 노래가 그 유명한 '낙동강'이다.

노산은 1년간 서울에 있다가 6.25전쟁이 발발한 후인 1951년 1월부터 1년간 부산에서 피난생활을 했다. 같은 해에 부산향토문화연구회가 나서서 경상남도 후원으로 감독 전창근, 제작 김재문, 각본편집 전창근, 배우 이택근, 최지희가 출연하여 영화 '낙동강'을 만들었다. 이 영화의 삽입곡을 이은상이 작사하고, 윤이상이 작곡하였다. 윤이상은 부산사범학교 교사였다.

보아라 가야신라 빛나는 역사
흐른 듯 잠겨있는 기나긴 강물
잊지 마라 예서 자란 사나이들아
이 강물 네 혈관에 피가 된 줄을
오! 낙동강, 낙동강
끊임없이 흐르는 전통의 낙동강
…………
두 언덕 고을고을 정든 내 고장
불타고 다 깨어진 쓸쓸한 폐허
돋아오는 아침 햇빛 가슴에 안고
나가라 네 힘으로 다시 세우라
오! 낙동강, 낙동강
늠실늠실 흐르는 희망의 낙동강

요즈음도 60여 년 전 중학교 시절에 배운 이 노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초등학교 때 학교 운동회를 하면서 기마전을 할 때 부르기도 했다. 진의장 전 통영시장은 이 노래가 ‘경남도민의 노래’처럼 불렸다고 한다. 마산의 영화전문가 이승기 선생은 경남지역 학교에서 조례 때마다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그런데 윤이상이 작곡했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어 지난 반세기동안 전혀 들을 수 없었다.

노산은 6.25 전쟁 중에 가장 치열했던 경북 칠곡군 낙동강 전투를 생각하며 폐허를 딛고 일어서는 희망의 낙동강을 노래했다. 낙동강 전투는 그야말로 치열하였다. 1950년 8월 1일 미군 워커 중장은 워크라인이라는 낙동강 방어선을 설치했다. 이에 따라 8월 3일 왜관 전 주민에게 소개령이 내려졌고 낙동강 방어선의 교량도 모두 폭파되었다. 8월 16일 인민군 4만 여명이 집결하여 대규모 도하작전을 시작하였고 워크 중장은 일본에 있는 맥아더 원수에게 융단폭격을 급히 요청했다. 이 요청에 따라 일본에서 출발한 비행기 B29, 98대가 왜관 서북방 67㎢에 26분 동안 90톤이나 되는 폭탄을 투하했다. 이 폭격으로 약목역 근처는 초토화되었다. 피로 물든 낙동강이었다. 윤이상과 이은상은 「낙동강」을 만들어 전쟁 중인 젊은이들에게 조국수호의 의지를 고취시켰던 것이다.

'귀향'을 주제로 통영국제음악제가 열리는 지난 4월 5일, 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낙동강의 詩'가 공연되었다. 1악장 프롤로그, 2악장 낙동강의 저녁, 3악장 춤곡(舞曲)으로 되어 있다. 6.25전쟁 시기에 영화음악으로 작곡한 것을 그 후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할 때인 1956년 11월 29일에 완성한 작품을 최근에 유족들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은상과 윤이상은 조국의 통일에 대해서는 같은 마음이었지만 방법론은 전혀 달랐다. 극과 극이었다.

전점석(창원 YMCA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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