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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공양미 300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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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15  17:3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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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학교에서 안경을 착용하고 다니면 책을 많이 봐서 눈이 안좋진 것으로 간주해 모범생으로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요즘에는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많이 보급돼 초등학생들까지 안경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 얼마 전 딸과 아들도 안과에서 라식 수술을 하여 안경을 벗을 수 있었다.

요즘 라식과 라섹 수술이 보편화 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라식 수술은 존재하지 않는 각막에 뚜껑을 만들어 열게 하고 각막실질이 눈의 시력을 교정하는 수술인 반면, 라섹은 라식과 다르게 각막의 상피부분을 벗기는 시력교정수술이라고 한다.

심청전에서 심봉사는 공양미를 부처님께 바치면 눈을 뜰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스님에게 공양미 300석을 시주하겠다는 약속을 덜컥해버렸다. 쌀을 구하지 못한 심봉사는 결국 중국 상인들에게 300석을 받고 딸을 팔면서 이어지는 스토리, 작가 미상의 고전 소설인 심청전은 엄밀히 따지면 적층 문학인 판소리계 소설인 셈이다. 심청은 천지신명께 지성으로 빌어 부녀의 눈물겨운 상봉을 하는 이야기다. 심학규의 눈 상태를 현대 의학의 관점으로 보면 나이가 들어 생기는 백내장과 흡사하다. 심청이가 몸값으로 받은 공양미 300석은 오늘날 쌀 몇 킬로그램이 될까. 옛날에는 곡식이나 가루, 액체의 양을 잴 때 홉, 되, 말, 석 등의 단위를 사용했다. 10홉은 1되이고 10되는 1말, 10말은 1석이 된다. 1석을 미터법으로 바꾸면 144kg이다. 따라서 공양미 300석을 곱셈하면 144kg=4만3200kg이다. 20kg 포대 2160포대로 계산된다. 이를 옮기려면 2.5t 트럭 약 17대 분량이다. 심청전 배경인 조선시대의 가치로 보면 초가집 50채를 살 수 있는 정도이고, 그 당시 남성 2~3백 명의 1년 생활비로 풍족한 가격이다. 현대에 비교해보면 10억 이상에 이르는 어마한 금액이다. 현대인들은 어떠한가. 감히 금액으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요즘 부모 잘 만난 자식들은 한 번쯤 상상이나 해본 액수인가. 인당수에 몸을 던지지 않아도 눈을 뜰 수 있고, 눈물겨운 지성이 없어도 현대판 심청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필자의 시 한 편을 적어본다.

공양미 300석/심봉사 통곡이 아니어도/심청이 아니어도/인당수보다 나은/절창을 넘어 평지에/점지된 딸, 아들/공양미이라 하기에/서러움보다 부족한 제물 올리고/훤한 세상/ 현대판 청이와 청돌이로 돌아와/은혜는 먼 옛날 남 이야기가 되어 산 지가 몇 해/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절박하면 이루어지는 것이라 했던가.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는 옛말이 실감나는 하루다
 

정삼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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