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출간
신간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출간
  • 연합뉴스
  • 승인 2018.04.1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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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의 천사, 현실은 100가지 일 하는 전사"
병원을 소재로 한 TV 드라마에서는 대개 의사가 주인공이다. 환자를 살리려 고군분투하는 의사의 모습 뒤로 간호사는 수다스럽게 남 이야기를 주고받거나 여기저기 참견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으로 그려지곤 한다.

외과중환자실에서 21년2개월간 일했던 간호사 김현아 씨는 이런 모습을 보다 위염과 방광염에 시달리다 결국 병원을 떠났던 선배들이 떠올라 TV를 꺼버렸다.

그는 신간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쌤앤파커스 펴냄)에서 ‘백의의 천사’라지만 현실에서는 100가지 일을 해야 하는 ‘백(百)일의 전사(戰士)’인 간호사의 세계를 생생하게 전한다.

응급환자를 옮겨줄 사람이 없어 직접 그 일을 하다가 허리를 다치고도 대체 인력이 없어 다친 허리를 복대로 감아가며 환자들을 돌보고, 근무 시간이 끝나도 돌보던 환자가 누워있는 침대를 닦아야 한다. 응급 상황에서 환자를 살려내도 정신없던 순간 분실된 응급 비품은 간호사들이 사비를 들여 물어내야 한다. 병원의 건강 강좌에 머릿수를 맞추느라 참석해야 하고 병원 수익 창출을 위한 아이디어도 내야 한다.

근무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5개월 된 배 속의 아이를 유산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됐지만 병원 수익 창출을 위한 발표자료를 만드느라 수당도 없이 매일 10시간씩 일하는 간호사, 너무도 배가 고팠던 나머지 환자의 밥을 먹은 신규 간호사, 생리대를 갈 시간조차 없어 유니폼에 피가 흠뻑 번져 나왔던 선배 간호사….

책은 간호사들에게 희생만 요구하는 병원들을 강하게 비판하며 간호사의 일과 존재를 존중해 달라고 말한다.

저자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광풍이 대한민국을 휩쓸 때 ‘저승사자 물고 늘어지겠습니다. 내 환자에게는 메르스 못 오게’라는 편지글로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인물이기도 하다.

메르스 사태 당시 저자의 편지가 알려지면서 병원은 언론과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다. 병원이 알려지자 재단의 고위 관리자는 저자에게 승진을 제안했지만, 간호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 달라는 건의에 관리자는 굳은 표정으로 등을 돌렸다.

저자는 지난해 5월 병원을 떠났다. 사소한 오해로 흥분한 환자의 보호자가 근무 중인 후배 간호사의 멱살을 끌고 나가는데도 침묵하는 병원 관계자들과 대신 나서 항의하는 간호사에게도 침묵을 강요하는 모습을 보고서였다.

“간호사는 환자를 지키는 사람이고, 환자를 지키기 위해 저승사자와 싸워야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한 사람이다. 그 누구도 갑자기 사고를 당하고 병에 걸리는 삶의 변덕을 피해 갈 수 없다. 이것이 간호사의 존재와 일을 존중해줘야 하는 이유이며, 그들의 용기를 꺾는 일을 더더욱 용납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간호사가 살아야 비로소 환자도 살 것이므로.”

288쪽. 1만 4000원.

연합뉴스



 
신간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나이팅게일 선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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