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봄꽃의 비밀
[교단에서] 봄꽃의 비밀
  • 경남일보
  • 승인 2018.04.1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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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국도 옆으로 가로수 벚꽃들이 흰 손을 내밀며 줄을 지어 따라온다.

어제나 그제쯤, 차가운 얼음에 파묻혀 숨죽인 그 몸짓은 어디로 갔을까? 팝콘이 튀어 오르듯 널뛰기하던 봄빛이 하얗게 터져버렸다.

먼 산들은 보랏빛으로 피어오르고 길섶의 개나리, 국도변 과수원에서 나란히 줄을 선 배꽃과 복숭아꽃까지 꽃들이 시간을 두고 차례대로 피어오르는 것이 아니라, 하얗게 긴 줄을 긋고 와글와글 모여들어선 ‘와! 와!’ 함성을 내지르며 함께 솟아오른다. 올 봄은 점잖게 순서대로 찾아오지 않고 봄밤에 무진정자 앞 연못에서 솟아오르는 낙화놀이처럼 ‘화르르, 화르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타오른다.

4월의 교실도 봄꽃처럼 경계 없이 타오르는 불꽃들의 함성으로 요란하다.

“네 탓이야.”

요즘 교실은 홀로둥이들이 다수를 이루다보니 다둥이들보다 나를 나누는 기술이 부족하다. 왜 교실을 나눠야 하는지 조차 이해하지 못 할 수도 있고, 양보나 배려를 요구받으면 오히려 억울해 하기도 한다.

교실이라는 공간은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곳이며, 그 곳에서 착한 이웃을 만나고 내가 이웃이 되어 공동의 주제를 통해서 더불어 살아가는 기술과 이해력을 배우고 단련하는 곳이다. 가장 기본적인 사회의 구성원으로 만들어지는 산실이다.

봄꽃처럼 경계 없이 다투어 피어오르는 아이들을 보며 “나만큼이나 친구의 꽃도 예쁘고 그들도 함께 피어나야할 모두의 공간임을 잊지말아야한다.”라고 말해 준다.

“너만 틀린 것이 아니라 나도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할 줄 알아야한다.”

“나만 가지겠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나도 양보 할 수 있어요.” 라고 말하는 의젓한 배려의 꽃들이 가득 가득 피어나는 따뜻한 교실이 될 때, 그들의 멋진 미래가 제대로 보장 받을 수 있을 것이다.

4월은 꽃들의 시간, 모두가 아름다움을 폼내고 싶은 시간이다. 24평 교실 속에 피어나는 모든 꽃들에게

“애들아! 더불어 꽃 피는 기쁨이 봄이 우리들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란다.” 그렇게 꽃의 비밀을 속삭여 준다.
 

신애리(수정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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