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청년실업과 시발비용
이웅호(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경일포럼]청년실업과 시발비용
이웅호(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8.04.1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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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를 통하여 젊은 세대들 사이에 ‘시발비용’이라는 신조어가 확산되고 있다. 시발비용은 비속어 ‘시발’과 ‘비용’의 합성어로 일상생활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자기 불만을 해소하기 위하여 충동적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과거 유행하였던 충동구매나 지름신과 일맥상통하는 말이기도 하다. 즉 스트레스를 받아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거나, 홧김에 자신의 분수에 맞지 않는 값비싼 명품을 구입하는 소비행태이다. 물론 적은 비용을 들여 스트레스를 풀 정도의 시발비용은 필요악이 되어 소소한 행복을 얻을 수도 있지만, 홧김에 비싼 명품을 저질러 쓸데없는 돈을 썼다는 후회로 또 다른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런 자조적이고도 비속적인 신조어가 젊은 세대들에 많이 쓰이고 있는 것은 바로 오늘날의 사회현실을 대변하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땅콩분노’나 ‘물벼락 갑질’과 같이 공정하지 못한 사회구조, 금융감독원장의 ‘내로남불’식 왜곡된 의식구조, 금수저가 아니면 신분의 계층상승은 꿈도 꾸지 못하는 젊은 세대, 특히 대학 졸업 앞에 취업의 두려움이라는 장애물이 이와 같은 신조어의 탄생과 유행을 만들어 냈다. 이 중 청년 자조(自嘲)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실업률 문제라 할 수 있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취직을 못한 실업자가 125만 명을 넘어 실업률이 4.5%를 기록하여 2001년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청년 실업률은 11.6%를 기록하여 2016년 3월 이후 2년 만에 최악의 실업률을 보이고 있다. 고용지표가 이와 같이 급격히 악화된 이유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노동시장의 교란으로 풀이된다. 시간 당 임금에 영향을 많이 받는 임시직과 일용직 등의 단시간 고용인원의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자영업자 등 비임금 근로자의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다.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현 정부의 노동정책은 친시장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 최근 주요 선진국은 성장과 함께 고용지표가 꾸준히 호전되고 있는데 반하여 한국만 유일하게 악화되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법인세율 인하 효과에 힘입어 3월 실업률이 4.1%로 17년 만에 최저를 기록하였다. ‘실업자 대국’으로 불리던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 취임 이후 노동개혁과 공무원 수를 줄이는 공공부문 개혁 결과 작년 말 실업률이 8.9%로 2009년 이후 가장 낮았다. 일본은 아베 총리의 경제 정책에 따라 법인세율 인하에 엔저까지 겹쳐 실업률이 2.5%(지난 2월)까지 떨어져 장기불황에서 완전 벗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부 이후 법인세율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인상 등 반기업적·고용친화적 정책을 펴고 있다. 그 결과 세계 경제는 그다지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도 유독 우리경제만 맥을 못 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취업이 최악의 상황을 치닫고 있다. 일자리 창출 능력을 키우려면 친시장 정책으로 기업의 투자 의욕을 살리고 청년의 근로의욕을 높이는 것이 기본 정책이다. 규제완화와 노동시장 개혁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해외로 빠져 나가는 중견기업 이상의 좋은 일자리를 국내로 불러 들여야 한다.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야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자체적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것이 일자리 정책의 기본 단초가 되어야 한다.

한번뿐인 인생을 즐기라는 의미의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가 젊은이들의 사고다. 젊은 세대들의 입에서 한탄의 비속어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 기득권을 가진 기성세대들의 의무이다.
 
이웅호(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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