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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의 ‘계상정거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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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23  19: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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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숙
2007년 새로 발행된 1000원 신권 지폐 뒷면에는 한국회화 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로 알려진 겸재 정선의 작품 ‘계상정거도’가 담겨있다.

퇴계 사후 177년이 지난 1746년 겸재 정선이 71세 노년에 그린 그림이다. 퇴계가 생전에 머물렀던 도산서원의 전신인 도산서당을 중심으로 주변 풍경을 담은 산수화다. 계상정거(溪上靜居)는 ‘냇가에서 조용히 지낸다’는 뜻이다. 앞에는 강이 흐르고 뒤로는 산으로 둘러싸인 배산임수의 풍경으로 산 아래 작은 암자가 한 채 보인다. 암자 안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퇴계 선생이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다.

퇴계는 지폐 앞면에선 초상으로, 뒷면에선 풍경 속 인물로 등장한다. ‘모든 권좌에서 물러나 시냇물이 흐르는 곳에 자리 잡고 고요하게 산다’ 는 뜻인 이황의 호 ‘퇴계’ 와 ‘조정의 일을 그만두고 물러나 냇가에서 조용히 지낸다’ 라는 ‘계상정거’의 의미가 일맥상통한다. 계상정거와 퇴계 이황 선생의 삶이 어느 부분 겹쳐지기도 해서 그 의미가 한층 더 깊게 다가오는 것 같다.

겸재는 실제 산수를 보고 경치를 그려내는 그림, 즉 진경산수화풍으로 계상정거도를 그렸다. 그는 진경산수를 그리기 위해 우리나라 지형에 맞는 준법인 바위를 그리는 방법을 개발하면서 비로소 사실적인 산수의 모습을 정확히 표현했다.

겸재가 위대한 화가로 남은 이유도 바로 그가 창안해 낸 진경산수화 때문이다. 중국의 영향을 받아 끝없이 올라가는 비정상적인 산의 모습과 구름, 장엄함을 오로지 상상과 느낌에 의존해서 나타낸 관념산수화를 그렸던 이전의 작품들과 달리, 겸재의 진경산수화풍 작품은 뚜렷이 구분된다.

경매에 나와 34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에 낙찰 된 국가지정 보물인 계상정거도가 한때 위작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문화재위원회 감정 결과 진품으로 결론 났던 에피소드도 있다. 삼성문화재단은 문화재의 연구와 보존을 위해 해당 작품을 구입했다고 밝혔고 삼성미술관 리움 기획전 ‘산수, 이상향의 재현’을 통해 대중에 공개되기도 했다. 조선 산수화의 독자적 특징을 그대로 살려낸, 조선 최고의 화가 겸재의 계상정거도를 통해 퇴계의 삶과 철학,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하가 고스란히 읽혀진다. 1000원권 지폐에 담긴 겸재의 계상정거도를 통해 관직의 속박과 헛된 명성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 유유자적하며 도학자의 삶을 살고자 한 꿈과, 도산에 살면서 글을 읽고 사색하는 삶을 즐겼을 퇴계이황선생을 만날 수 있다.
 

강현숙(진주미술협회 문화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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