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미투’ 잘못하면 피해자가 가해자 된다
[법률칼럼]‘미투’ 잘못하면 피해자가 가해자 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8.04.2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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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준변호사

‘미투(#MeToo)’ 운동은 2018년 서지현 검사에 의해 폭로된 검찰청 내부 성추문으로부터 시작되어 정치·문화예술계 등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미투 운동을 통하여 사회전반에 만연된 성폭력이 예방·근절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성의 향상된 사회적 지위에 걸맞은 성평등이 완성되어 간다는 면에서 대한민국 사회는 발전하고 있음이 자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미투의 취지와는 무관하게도, 미투가 사법기관을 통해서가 아니라 대중에게 호소하는 방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룬다는 점에서 일종의 사적제재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고, 더 나아가 미투한 성폭력의 피해자가 명예훼손의 가해자로 변질 될 수도 있다.

현행 형법상 허위사실의 내용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뿐만 아니라,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그 내용이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하다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형법 제307조). 실제로 미투의 시발점이자 형사법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서지현 검사도 피해사실을 고백한 당시 방송 인터뷰에서 “명예훼손 피소를 각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성폭력을 내용으로 미투하는 대부분의 경우에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이다. 하지만 이것이 반드시 명예훼손으로 처벌받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투의 내용이 중요 부분에 있어 실제로 있었던 사실이고, 그것을 미투하는 목적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받지 아니한다는 것이 형법의 태도(형법 제310조)라는 점에서, 미투 전에 가해자의 파렴치한 반격에 대비할 실익이 있는 것이다.

미투로 인해 명예훼손의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하여는 첫 번째로, 미투의 내용이 진실이라는 점을 입증할 자료를 확보하여야 한다. 성폭력범죄는 사적인 공간에서 비밀스럽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가해자가 사실관계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미투한 내용이 ‘입증되지 못한 진실’이 될 수 있다. 물론 피해 즉시 가해자의 정액·타액 등을 병원에서 채취한 경우나 사건정황이 찍혀있는 CCTV 또는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한 경우에는 사실입증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수사기관에 고소를 하지 못하고 미투한 대부분의 경우에 이러한 물증이 확보되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사건 전후로 가해자와 주고받은 문자나 통화 내용 등을 저장하여 증거로 확보하거나 피해자 및 주변인들의 일관되고 일치된 진술의 정리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 미투에 공익적 측면이 있어야 한다. 다만, 미투운동은 그 목적 자체가 자신이 겪었던 성폭력 경험을 고발하고 그 심각성을 알려 성폭력이 더 이상은 일상적으로 용인내지 묵과될 수 없다는 점을 사회와 가해자에게 자각시키고자 하는 것이므로 위의 첫 번째 조건이 갖추어진 경우라면 자연스럽게 두 번째 조건을 갖춘 것으로 볼 것이다.

즉, 사실의 내용에 기초하여 미투하는 경우 필요한 것은 미투 할 ‘용기’ 이외에는 사건 사실을 입증할 ‘증거자료 수집’이 ‘알파이자 오메가’라 할 것이다.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으로 형사처벌 받을 수 있다는 현행법이 현대판 신문고를 두드리는데 망설임을 제공한다면 이 법에 대한 개정여부를 논의해 보는 것이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입법론은 일단 차치하고서, 현행법제 하에서 성폭력의 숨겨진 피해자가 미투 운동을 현명하고 당당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형사 절차와 재판과정을 잘 이해하고 자신의 상황에 접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용기를 낸 미투운동의 결과로 인하여 선의의 피해자가 또다시 상처받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With You).

 

오동준 (법무법인 유안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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