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
우리 아버지
  • 경남일보
  • 승인 2018.04.2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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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인

울긋불긋 온갖 꽃들의 아름다움과 향기에 취해 있는 사이 어느 듯 4월이 지나고 ‘계절의 여왕’, ‘가정의 달’ 5월이 성큼 다가온다. 5월은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입양의 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족과 관련된 기념일이 많아 가정의 달이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가정의 달에서 조차 ‘가족의 행복’ 아래 남모르게 신음하는 가장인 ‘우리 아버지’ 그 의미를 되새긴다.

대부분의 우리 아버지는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가족 구성원의 삶에 책임이라는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신다. 지금 농촌 들녘에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올 한해 가족의 생계를 위해 농사일에 땀 흘리시는 구부정한 아버지 모습들이 보인다. 오랫동안 전통적인 농경 부계친족사회에서 한 가족의 중심이 되는 가장이 바로 아버지이다. 근래에 핵가족화로 상당 부분 의미가 축소되기는 하지만, 가장인 아버지는 대대로 이어지는 가계를 잘 운영해서 다음의 세대로 이을 의무를 지고 아버지가 되는 순간부터 여생을 가족을 위해 삶을 영위한다.

우리의 아버지는 남자로 태어나 한평생 떳떳하고 정의롭게 살고 싶었으나 자신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아내와 자식들을 위해 한 몸을 던지며 비굴해도 좋은 인생을 살아간다. 어렵고 힘들어도 하소연 할 곳이 소주한잔 밖에 없더라는 변명이 진심이었다. 권위를 많이 세웠던지 자식들은 가까이 하기를 꺼려하고, 아버지가 밖으로 맴돌았던 것은 고달프고 늘 외로웠기 때문이었다.

정서가 메말라서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게 아니고 가정을 지켜야했기에,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었기에 아무도 몰래 혼자서 울음을 삼켰다. 그래서 누군가 아버지가 드시던 소주 한잔의 반은 눈물이라고 얘기한다. 노인이 되어가면서도 가족들에 짐이 되지 않으려 좀처럼 아파하지 않고 홀로 잠들지 않는 힘든 시간을 보낸다. 어쩌면 아버지의 수명이 어머니 보다 짧은 것은 이와 같은 삶의 무게를 버티느라 몸과 마음을 과다 소비한 결과 일 것이다.

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나무는 고요히 있으려 하나 바람이 그치질 않고), 자욕양이친부대(子欲養而親不待·자식이 봉양하려고 하나 어버이가 기다려 주질 않는다)가능하신 독자들께 5월에는 아버지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고, 여유가 되면 아버지를 소재로 하는 영화 또는 책을 권해 드린다. 그리고 공휴일에 자녀들과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 일손돕기 체험을 하며, 맛있고 몸에 좋은 우리 농산물도 드시고 대한민국 아버지의 짐을 조금이나마 느꼈으면 하는 부탁 말씀 올린다.

 

신용인(농협 양산시지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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