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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포럼]교육부는 숙려제의 참뜻을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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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26  2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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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지난 1월 29일에 ‘국민 참여 정책숙려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교육부에서 야심차게 추진하던 정책이 사회적 혼란만 일으키고 백지상태로 되돌아 간 이후로 교육부는 교육정책수립 문화를 혁신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국민 참여 정책숙려제’를 도입한 것이다. 주요한 교육정책을 변경하거나 도입할 때 사전에 1-6개월 동안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면서 국민 의견을 먼저 듣고 그 의견을 반영한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취지였다. 따라서 국민이 논의하길 원하는 모든 교육정책은 국민 참여 정책숙려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로부터 두 달 남짓 지난 뒤에 교육부는 지난 해 10월부터 설문조사를 시작하여 적용하고자 하던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 방안’에 ‘국민 참여 정책숙려제’를 처음으로 적용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교육부의 계획에 따르면, 국민 중 100명 내외를 무작위로 선출해 구성한 시민정책참여단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설립된 시민정책참여단이 교육부에서 만든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 방안’에 대해 충분히 학습하고 토론해야 한다. 이 때 대국민 설문조사와 교육정책 모니터링단도 함께 구성하여 두 가지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얻은 조사 결과를 시민정책참여단에 제공해 준다. 끝으로 시민정책참여단이 마련한 개선 권고안을 교육부에 제출하면 교육부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4월 11일 교육부가 제시한 지난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도 국민 참여 정책숙려제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3월 중에 교육부 차관이 서울 지역의 대학들에게 정시 입학의 비율을 높이라고 요구하는 전화가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고, 4월 11일에 지금의 중3학생에게 적용될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그 안의 실행여부를 국민교육회의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국민교육회의는 대학입학제도를 변경하면서 국민 참여 정책숙려제를 적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여기서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숙려제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적용된 이혼숙려제와 교육계에서 처음 도입한 학업중단숙려제를 검토하면, 숙려제를 정확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혼숙려제는 부부가 합의하여 이혼하기로 결정하였을 때 곧바로 실행으로 옮기기 전에 그 결정이 과연 최선의 길인지 또는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것인지 검토할 시간을 제공하기 위한 법적 장치이다. 즉, 이혼숙려제는 이혼이라는 결정을 합의를 통해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혼하기로 합의한 내용을 다시 검토할 시간을 주기 위함이다. 학업중단숙려제도 이와 비슷하다. 학생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 학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하였을 때 학교는 학생에게 그 결정이 바람직한지 다시 생각해보고 번복하기를 독려하기 위해 숙려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한 정책이 학업중단숙려제이다.

이혼숙려제와 학업중단숙려제의 공통점은 주체가 스스로 내린 결정이 과연 최선의 길인지 깊이 생각해보고 그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자발적으로 이혼하려는 부부나 스스로 학교를 그만두려는 학생에게 다시 생각하고 번복할 기회를 주기 위한 정책이 숙려제이다. 따라서 이혼숙려제와 학업중단숙려제의 근본 취지는 스스로 만든 결정을 번복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교육부가 숙려제의 참뜻을 알고 있다면, 스스로 만든 ‘국민 참여 정책숙려제’에 다른 숙려제의 근본 취지를 적용해야 한다. 즉, 교육부는 스스로 만든 교육정책을 곧바로 실행하기 전에 원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깊이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교육부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심사숙고하여 스스로 반려시킬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기다려 보자.
 
김정섭(부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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