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플러스 <194> 양산 토곡산
명산플러스 <194> 양산 토곡산
  • 최창민
  • 승인 2018.04.26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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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위지대(왼쪽)를 올라 돌아가면 드넓은 암반이 나타난다. 


토곡산은 양산, 부산, 김해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산이다. 지리적으로 도시 근교에 있으면서도 코스가 다양하고 오염이 덜한데다 산 지형이 옹골져 화끈한 산행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리산을 동경하는 이 지역 사람들이 가까운 산행 지를 택할 때 대체지(?)로 즐겨 찾는 산이라면 이해가 빠를까.


단거리 코스인 양산시 물금읍 원동로 함포마을 출발·도착코스는 어느 곳으로 올라가더라도 매력적인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높은 암벽에 날카로운 바위들이 도사리고 있는 험난한 지형이 있는가하면 넓은 암반과 부드러운 육산이 조화를 이룬 곳도 많다.

 

▲ 신록이 파도치는 등산로 초입


지장암 주차장 방향 물맞이폭포에서 해발 600m 안부 첫 능선과 두 번째 능선까지가 급경사이고 중간지점 바위지대는 우람한 근육질을 자랑하는 산세가 이어진다. 이런 지형 때문에 ‘토하고 곡하면서 오른다’는 표현이 나온듯한데 사실 이 지역을 제외하면 오히려 이 산은 여러 산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재미가 있다. 다만 정상에 다다를 때까지 앞에 보이는 산이 정상일 것이라는 착각을 하지 않는 게 좋다. 첫 능선에서 적어도 8개의 봉우리를 넘어가야만 비로소 정상에 닿기 때문이다. 855m라는 해발도 마찬가지다. 얼핏 보기에 낮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등산로 초입 해발이 20m에 불과해 여느 산의 1000m급과 맞먹는 산행지라는 것도 잊어선 안된다.

▲등산로: 원동로 옆 지장암주차장→지장암→물맞이폭포→600m봉 첫 능선→소나무가 있는 두번째 능선→로프가 있는 높은암릉→너럭바위→754·787m봉→토곡산→석이봉→원동초·함포마을갈림길→함포마을→지장암주차장 회귀. 10㎞


 

 


#양산 원동로 함포마을과 화담펜션 지나 계곡 옆 주차장이 등산로 초입이다. 이정표는 토곡산 3.6㎞를 가리킨다.

오전 9시 54분, 주차장에서 돌밭투성인 등산로를 따라 300m오르면 언덕에 지장암이 앉아있다. 콘센트건물이 딸린 암자 앞마당엔 계곡에서 끌어온 물이 철철 넘친다. 곧이어 물맞이폭포. 최근 비가 많이 내렸음에도 수량이 별로 많지 않은 건 배수가 잘되는 지형적인 영향인 듯했다. 여름 장마철 한때에만 폭포가 형성되는 곳이다. 폭포 상부에서 돌아 왼쪽 계곡을 건너야 한다. 비가 많이 올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될 정도로 계곡은 크고 넓다. 계곡을 건너면 급경사가 시작된다. 암석지대이므로 무리한 산행을 자제해달라는 안내판이 곳곳에 서 있다.

어느새 숲과 산은 초록으로 변하고 있다. 그 숲의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산 아래마을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오전 11시 31분, 토곡산 2.0㎞를 가리키는 봉우리에 올라선다. 함포마을에서 1.6㎞ 올라온 곳, 잡목 속에 웃자람이 심한 키큰 소나무 한 그루가 자란다. 200m정도 더 진행하면 전망대같은 너럭바위가 나오고 산 아래 원동천과 낙동강 전망이 펼쳐진다.

가야할 방향 제일 끝 하늘아래 토곡산 정상이 아득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그 사이사이에 봉우리 6∼7개가 숨어 있다. 소나무가 드문드문 자라는 암릉지대에서 고도를 낮춘다.

▲ 소나무와 너덜을 지나면 멀리 토곡산 정상이 보인다.
 

 

두개의 봉우리를 올랐을까. 낮 12시 10분, 최고 난이도인 15m 높이의 거대한 바위벽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암릉에 로프가 놓여 있지만 암벽이 서툰 이는 우회 길로 가는 것이 좋다. 바위벽을 타고 올라갈 때 스틱과 카메라, 배낭이 방해가 된다. 곧추 선 암릉을 올라가면 바위 끝 가장자리를 돌아 가야하는 위험한 구간이 나온다. 발밑은 천길 낭떠러지 이고 윗부분이 돌출돼 있어 허리를 뒤로 젖혀야만 아슬아슬하게 통과할 수가 있다. 뒤에 로프가 있긴 해도 헐거워 의지가 못된다. 절대 주의 구간이다.

이 위험한 구간을 통과하면 족구장 크기의 너럭바위가 펼쳐진다. 산 중턱에 넓은 암반이 있다는 게 조금은 색다르다. 태고 적 이 산에도 상상할 수 없는 지형의 뒤틀림이 있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 봄과 겨울이 공존하는 산하, 산 하부에는 봄이, 산 정상에는 아직 겨울이다.


초록 일색이던 숲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초록 잎이 차츰 줄어들다가 어느 지점부터는 가지만 남은 앙상한 겨울풍경을 보여준다. 바닥에는 낙엽이 수북이 쌓여 가을 느낌까지 전한다. 이 작은 산에서도 봄과 가을, 겨울이 공존하는 오묘한 시절이다.

산 아래에는 초록융단을 펼친 것 같았고 그 위세는 차츰 산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단풍은 산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지만 나무의 새싹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간다. 그래서 나뭇잎의 일생은 위는 짧고 아래는 길다.

정상에서 점심을 먹으려든 계획은 빗나갔다. 경치에 취하고 힘겨운 벼랑에서 지체했기 때문. 중간에 휴식 후 1시 30분께 다시 정상으로 향했다.

 

토곡산 200m를 남겨뒀을 때도 주변은 모두 겨울과 가을산이었다. 정상 바로 아래 추모비가 하나 서 있다. 무슨 사연으로 이곳에다 비를 세웠을까. 주인공은 부산 산악인이자 언론인으로 알려진 김철우 선생이다. 그는 갈라진 부산지역의 산악단체를 통합하는 역할을 했다. 그는 생전 한 인터뷰에서 “산이 좋다, 산보다 사람이 더 좋다”고 했다. 또 “열심히 정직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존경한다”고 했다. “인간의 삶 속에 높은 산보다 더한 굳센 의지가, 등산보다 더 치열한 삶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음을 움직이는 말이었다. 산사랑 사람사랑으로 산 그는 2014년 하늘로 갔다.


오후 2시 7분, 정상에는 안전한 데크시설을 해놓았다. 사방으로 활짝 열린 조망이 화려하다. 동쪽 양산 어곡방향에 우뚝하게 솟은 선암산(매봉산)이 눈에 들어온다. 그 뒤는 천성산이다. 반대편 서쪽은 낙동강과 무척산, 북쪽은 천태산이다.

이산은 함포마을과 원동초교를 기점으로 하는 코스 외에도 양산 에덴밸리 방향 축전산에서 토곡산→원동초교에 이르는 종주코스와 양산 어곡방향에서 선암산→토곡산에 이르는 코스 등 15㎞가 넘는 만만찮은 종주코스가 버티고 있다.

 

▲ 금강산 만물상을 닮은 바위


하산해야 할 방향에 보이는 거대한 석벽이 예사롭지 않다. 원동초교·함포마을 하산길 오른쪽 석벽인데 금강산 만물상을 닮았다. 좀 더 자세히 보면 바위 사이사이에 소나무가 자라고 바위들은 쭈뼛쭈뼛하거나 뭉툭하기도 하면서 갖가지 형상을 하고있다. 이른 아침 구름이라도 걸리면 그야말로 노송괘운일 풍경이다. 뱀이 똬리를 튼 것처럼 생긴 기이한 소나무가 등산로 옆을 지나간다. 우듬지가 향한 곳은 오전에 올라왔던 곳. 좌측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유려한 산 마루금이 이어진다. 올랐던 전경을 바라보면서 하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후 3시 15분, 석이봉(553m)에선 길 찾기에 주의해야 한다. 봉우리에 올라서야만 함포마을로 내려가는 길을 볼 수가 있다. 그렇지 않고 길만 따라 내려가면 원동초교로 가버린다.

검게 그을린 소나무군락지가 나타난다. 일부 소나무는 겨우 살아났지만 대부분 죽었다. 지난 2월 7일 새벽 이곳에서 발생한 산불 흔적이다. 당시 이 일대 능선에서 난 불은 산 정상까지 번져 소나무 등 700여 그루를 포함한 임야 2㏊를 태우고 오후 4시께 꺼졌다. 그런데 이날 아무리 봐도 수천 그루 이상 죽은 것으로 보였다.

석이봉을 내려서면 지금까지와는 달리 급경사이다. 전원주택과 마을이 발 바로 밑에 보일 정도로 경사가 크다. 불탄 지역을 벗어나면 다시 초록세상이다. 초록과 생명이 꿈틀거리는 싱그러운 터널 속을 걸어 오후 4시께 미끄러지듯 함포마을에 닿았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 낙동강

아직 낙엽이 깔려 있다.
gn20180413양산토곡산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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