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반달가슴곰이 수도산으로 간 까닭은
[경일시론]반달가슴곰이 수도산으로 간 까닭은
  • 경남일보
  • 승인 2018.05.0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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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반달가슴곰 개체가 56마리로 늘어났다고 한다. 2004년 첫 방사이후 꾸준히 개체수가 늘어난 것이다. 일부는 지리산을 벗어나 90㎞나 떨어진 경북 김천의 수도산까지 이동하는가 하면 전남의 광양, 구례까지 서식지를 옮겨 비상이 걸린 적이 있다. 그때마다 회수조치를 통해 곰을 지리산에만 가둔 바 있다.

그러나 이제는 곰에도 자유를 주기로 했단다.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의 패러다임을 인간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의 공존’을 선포한다는 것이다. 2027년이면 반달가슴곰의 개체수가 지리산의 수용한계인 78마리를 넘어 100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에 그 같은 조치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지리산의 생태환경을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지리산은 전쟁 중에는 빨치산의 은거지로, 무분별한 동식물의 남벌과 남획으로 한차례 몸살을 앓은 적이 있으나 이후에는 원시상태로의 보존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래서 일부 등산로를 제외하면 원시림이 우거져 사람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왜 반달가슴곰이 수도산으로 갔을까. 의문의 이유를 여기에서 찾아 볼 수 있지 않을까. 반달가슴곰도 식물성 먹이로만 생존할 수 없다. 때로는 동물성 먹이로 영양의 균형을 갖춰야 생존가능 한 서식환경이 된다. 그러나 지리산은 너무 울창해 먹이사냥에는 적합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서식환경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반달가슴곰에 주거이전의 자유를 주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본보는 2005년7월, 지리산의 생태환경을 시리즈로 긴급진단한 적이 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지리산도 더 이상 토종만 사는 생태보고가 아니라는 결론에 접한 것이다. 원시상태로 방치만 했을 뿐 관리는 않았다는 것이다. 민족의 영산입네하고 번질나게 노르내리면서 각종외래종을 묻어 실어 온 결과 할미꽃, 민들레, 양지꽃, 돼지풀등 귀화식물이 침입하기 시작했고 값싼 외래종 화초로 도시미관을 추구하다 보니 그들도 어느새 귀화해 지리산을 위협하고 있다는 결론에 접한 것이다.

식물에도 생존의 법칙은 존재한다. 우리나라에 귀화한 식물은 이미 300종을 넘어 전체 자생식물 4500여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요즘은 식용을 겨냥한 외래종이 무분별하게 늘어나 사실상 통제가 어려운 상태이다. 외국인의 왕래가 잦은 제주도는 매년 10%이상 늘어나고 있으며 그 중 10%이상이 한라산에 서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라산은 더 이상 토종만이 사는 영산의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지리산은 달라야 한다. 아직은 원시의 상태에서 크게 오염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유역의 인문과 문화, 자연은 보존의 가치가 충분하다. 토종인 반달가슴곰의 서식지로 지적된 것도 그런 자연환경 때문이다.

세계각국이 외래종퇴치를 위해 노력을 쏟는 것은 다름아니다. 순수토종을 보존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스칸디나반도를 여행하면 산록의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엘크사슴처럼 우리도 지리산에서 반달곰을 귀하지 않게 보려면 이제는 반달가슴곰 방사의 패러다임 뿐만 아니라 지리산에 대한 패러다임도 바궈야 한다.

원시림상태로의 방치가 능사는 아니다. 이제는 지리산도 동식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국립공원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무분별하게 우거진 잡목과 잡풀을 제거해 동물의 이동경로와 서식환경을 쾌적하게 만들어 주고 토종천국의 식물세계를 조성하고 사람이 그러한 환경을 즐길 수 있는 그야말로 국립공원 1호로서의 몫을 다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다. 반달가슴곰이 수도산으로 간 까닭을 알아야 한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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