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쓴 편지
눈물로 쓴 편지
  • 경남일보
  • 승인 2018.05.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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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우리 아파트 남강 가에는 언제나 계절을 멀리 한 체 흰 머리 날리는 갈대가 있다. 여기와 산지 어언 20년이 넘는데 해마다 지난 가을 없어져할 나이인데 저렇게 서 있다. 왜 계절을 모른 체 저러고 있을까. 불현 듯 어머님, 장모님이 떠오른다. 두 분 다 아흔 넘어 세상 떠난 지 10여 년이 흘렀는데 새삼 부서지고 있는 갈대를 보니 두 분과 너무나 닮아 있다. 저 갈대는 새 싹이 혹한을 뚫고 잘 자라 안전하게 되면 흔적 없이 부모님처럼 바람 속에 스러져 갈 것이다. 새 싹들이 알아주던지 말든지…,

필자는 60여 기관을 돌며 특강을 할 때 마다 ‘孝’와 ‘멋진 엄마! 아빠’를 빼놓지 않고 강의하는데 그 때마다 부모들은 ‘자식이 참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 한다. 이런 부모들에게 나는 이런 말을 해준다.

엄마는 낳아 주었지만 뜻까지 낳아 준 게 아니며 자식도 자기만의 뜻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지 말고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해 주어야한다고…, 부모의 뜻이 항상 바람직하다고 강요하지 말고 아이의 뜻이 무엇인지 들어봐 주라고... 아이가 내 뜻대로 자란다고 자랑 말고 아이가 내 뜻대로 안된다고 걱정 말라며 맹종하는 자식일수록 평생 부모의 짐이 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오늘도 애타는 마음으로 자식 걱정하는 부모에게 어느 노인의 마지막 편지를 읽어주고 싶다.

‘자네들이 내 자식이었음이 고마웠네’

자네들이 나를 돌보아줌이 고마웠네/자네들이 세상에 태어나 나를 어미라 불러주고 젖 물려 배부르면 나를 바라본 눈길에 참 행복 했다네/지아비 잃어 세상 무너져 험한 세상 속을 버틸 수 있게 해 줌도 자네들이었고/병들어 하느님 부르실 때, 곱게 갈 수 있게 곁에 있어줘서 참말로 고맙네/자네들이 있어서 잘 살았네/자네들이 있어서 열심히 살았네/딸아이야, 맏며느리, 맏딸노릇 버거웠지/큰애야 맏이 노릇 하느라 힘들었지/둘째야, 일찍 어미 곁 떠나 홀로 서느라 힘들었지/막내야, 어미젖이 시원치 않음에도 공부하느라 힘들었지?/고맙다 사랑한다. 그리고 다음에 만나자/추운 겨울 언 손 호~호 불며 집으로 오면 언제나 뜨뜻한 구들목에 내 밥을 이불로 꽁꽁 덮어 방금 한 밥처럼 챙겨주시던 어머님의 모습이 오월의 하늘아래 너무나 그립다/어머니, 어머니! 목메어 불러 봐도 다시는 볼 수 없고 만질 수도 없는 어머니기에 더욱 더 사모곡을 부르며 외친다/어머니 사랑합니다/

2018년 눈부신 오월의 하늘아래
 
박상재(서진초등학교교장·진주교원총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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