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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포럼]코끼리와 냉장고윤창술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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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0  21:5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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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이란 썰렁 개그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그만큼 어렵다는 우화이기도 하다. 정치권과 유권자를 코끼리와 냉장고에 비유하자면 어떤 설정이 더 현실적일까. 그동안의 정치권의 행태를 볼 때 정치권을 코끼리에 비유하는 게 더 적절한 것 같다.

역사상 기득권이 권력을 순순히 내려놓은 전례가 거의 없다. 기득권 집단의 끈질긴 거부와 저항을 물리치고 나서야 비로소 새로운 시대가 열려왔다. 정치권도 자신의 이익이 걸리면 진영을 떠나 대부분 본분을 망각하고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냉장고의 크기가 제한된 상황에서 냉장고보다 큰 코끼리를 들이밀어 봤자 결과는 뻔하다. 냉장고의 크기를 키우거나 코끼리가 냉장고 크기에 맞게 줄어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양측의 많은 시간과 인내의 과정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란 국민의 의사를 묻는 과정이고 절차라 하지 않는가. 각종 선거에서도 단계마다 토론 절차를 마련해 출마자가 소신을 밝히고 당원 내지 지역민으로부터 건설적 비판을 받는 과정과 절차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각 단계마다 성숙한 토론의 장이 펼쳐져야 하며 마음에 충분한 여유 공간을 가져야 한다. 출마자는 토론의 장에서 쟁점이 되는 사안마다 정답이 아닌 여러 가지의 해답이 있을 수 있다는 접근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열린 마음으로 귀를 열어두고 새롭고 정의로운 결과를 도출하겠다는 의지가 요구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때론 자기의 신념을 철회하고 유권자의 의견을 받아들일 때 더 존경을 받기도 한다. 열린 공간이라고 말은 하면서도 ‘과정 따로 결론 따로’ 환경에서는 결코 효율적인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다. 갈수록 갈등과 반목, 대립과 혼란이 심해지는 요즈음 코끼리가 타의든 자의든 냉장고에 스스로 들어가려고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자기개혁이 동반되지 않은 개혁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냉장고 문을 연다, 코끼리가 스스로 들어간다, 냉장고 문을 닫는다’처럼 쉬운 길을 가서 진정한 민주주의의가 실현되었으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13 지방선거를 앞둔 내부 경선 과정에서 공천권 전횡으로 지역민심을 무시하거나 제대로 된 토론회가 펼쳐지지 않은 것을 보니 이번에도 코끼리의 변화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 것 같다. 현대사회에서 행정은 어느 사회의 도덕적 가치를 실현하는 작용이 아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선호를 가진 구성원들의 이익을 서로 조정하고 그 과정에서 실질적 가치가 있는 무엇인가를 계속 만들어 가야 하는 작용이다. 대통령은 원칙을 제시하는 자리이고 지방자치단체장은 그 지역 생활단위의 쓰레기를 줍는 자리인 것이다. 사람의 대동맥은 대동맥대로, 실핏줄은 실핏줄대로 기능을 해야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듯이 중앙정치와 풀뿌리지방정치의 핏줄은 그 역할이 서로 다르다. 미국의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Don‘t think of an elephant)’에서 상대방의 주장에 반론을 펼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프레임에 휘말려 들면 안 된다고 했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는 지방풀뿌리정치를 중앙정치의 정쟁 축소판으로 전락시키는 중앙정치권의 코끼리 프레임 안에 갇히지 말고 그들보다 한 발 앞선 풀뿌리정책 프레임을 선점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유권자는 후보자가 비전과 성장을 지향하기 보다는 단순한 수구 논리나 진영 논리만 앞세워 그저 과거로부터 누려온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하고 있지 않은지, 깊은 고민 없이 단기적 성과에 함몰되어 쏟아내는 일관성 없는 정책들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지나 않은지 등을 제대로 심판해야 하는 것이다. 지방정부의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이번 6·13 지방선거,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윤창술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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