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감·분노 품은 청춘들의 ‘버닝’
무력감·분노 품은 청춘들의 ‘버닝’
  • 연합뉴스
  • 승인 2018.05.1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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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서 16일 첫선·17일 국내 개봉
“무력감과 분노를 품은 요즘 젊은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하나의 수수께끼 같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이창동 감독은 칸영화제 출국에 앞서 용산 아이파크몰 CGV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화 ‘버닝’에 대해 “지난 8년간 학교 현장 등에서 젊은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느낀 결과물”이라고 소개했다.

 “지금 젊은이들은 자기 부모세대보다 더 못살고 힘들어지는 최초의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세상은 발전해오고 앞으로 나갔지만, 더는 좋아질 것 같지는 않죠. 이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힘들어지는 현실의 대상이 무엇인지 분명했다면, 지금은 무엇 때문에 자기 미래의 희망이 안 보이는지 찾기가 어렵죠. 그런 무력감과 분노를 품은 젊은이들이 일상에서 미스터리를 마주하는 내용입니다.”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으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렸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이달 16일(현지시간) 칸 현지에서 전 세계 영화인을 대상으로 공개된다.

 원작은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Barn Burning).

 이 감독은 “소설이 미스터리한 남자 이야기를 쫓아간다면, 영화는 한국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적인 요소를 많이 담았다”면서 “결말 역시 명쾌하지는 않지만, 어떤 의미에서 충격적이고 커다란 반전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 감독은 원작의 의미를 살리고 싶어서 제목을 버닝(Burning·불타는)으로 지었다고 했다. “버닝은 영어지만 일상에서 젊은이들이 무엇인가 불태우고 싶고 열중하고 싶을 때 많이 쓰는 말이죠. 역설적으로 버닝하고 싶지만, 하기 어려운 현실을 담은 이중적인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시’ 등을 통해 사회와 시대적, 윤리적 문제를 성찰한 이 감독은 “이 작품은 윤리보다는 감각 또는 정서가 우선시 되는 영화”라며 “젊은이의 감각과 정서를 통해 소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연기관도 들려줬다. “저더러 ‘변태감독’(배우를 끝까지 밀어붙여 최선의 연기를 끌어낸다는 의미)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저의 연기론은 단순합니다. 무엇을 만들어 표현하지 말고 그 인물의 감정을 배우가 받아들이고, 그 감정과 상황에 맞게 살아가도록 요구할 뿐이죠. 목표를 가지고 몰아붙이기보다 배우 스스로 그 인물의 감정을 가져가길 바랄 뿐입니다.”

 주인공 종수 역을 맡은 유아인은 이번 영화가 “강박에서 벗어나는 과정이었다”고 떠올렸다. “제가 어린 나이에 데뷔해 비교적 많은 작품을 소화하다 보니 표현에 대한 강박감이 있었고, 너무 외형적으로 된 측면이 있었죠. 그런 관성에서 벗어나 느낌 위주로 사실적으로 연기하되, 해석을 크게 열어두는 연기를 해내는 것이 과제였습니다.”

 미스터리한 남자 벤 역할의 스티븐 연은 “원작 소설의 정수를 담으면서 새로운 색깔을 담은 영화”라며 “이 작품의 일부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디션을 통해 첫 스크린에 데뷔한 신예 전종서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으로서 느끼는 분노라든지 억울함 등이 미스터리하게 담긴 것 같다”고 말했다.

 ‘버닝’은 오는 17일에는 국내 관객과 만난다. 청소년관람 불가 등급이다.

연합뉴스



 
영화 ‘버닝’ 스틸컷. /사진제공=파인하우스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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