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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가 기억하는 내고(乃故) 박생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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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4  18:2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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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숙

‘에나 진주길’을 걷다보면 망경동 중앙광장 부근에서 발길이 멈춰진다. 내고 박생광 화백의 생가터가 멀지않은 거리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박 화백 생가 터로부터 불과 50m 거리에 서서 보면 진주 남강과 촉석루가 훤히 펼쳐져 보인다. 촉석루가 있는 유서 깊은 곳에서 논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민족을 생각했고 촉석루의 원색 단청에서 그의 작품세계 근간을 이루는 요소를 발견했다.

고향을 떠나 먼 타향살이에서의 외로움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컸던 탓에 죽으면 자신의 뼈를 고향 진주에 묻어 달라 유언했고 박 화백 타계 후 선생의 유언대로 진주시 미천면 오방리 그의 고향땅에 묻혀 영원히 잠들었다. 그곳은 몇 해 전 운석이 떨어져 유명세를 탄 마을이기도 하다. 운석이 떨어진 곳으로 세간에 큰 관심이 쏠리던 때에도 내고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진주에서 태어나고 진주에 묻힌 세계적인 거장 박생광 화백, 당신의 고향이 예향의 도시로 알려진 곳이라기엔 무색하리만큼 거장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정작 그가 태어나고 자라고 묻힌 고향 진주에서 외면당하고 홀대받고 있는 건 아닐까? 제대로 조명조차 받지 못하고 그를 기리려는 시도조차 없는 현실이 못내 아쉽고 안타깝다. 더 늦어지기 전에 생가복원 등 박생광 화백에 대한 조명이 필요해 보인다. “역사를 떠난 민족은 없다. 전통을 떠난 민족예술은 없다. 모든 민족예술은 그 민족전통 위에 있다” 민족적이고 역사의식이 잘 드러나는 선생의 말이다. 촉석루의 원색 단청을 늘 떠올리며 오방색(五方色)의 강렬한 향연을 보여주는 한국 역사상 가장 한국적인 그림을 창조해냈다.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 진주에서 보고 경험한 기억들은 박 화백 예술세계의 원천이자 특별한 색채감각을 일깨워준 원동력이 되었다.

우리나라 전통 색 오방색에 매료된 계기를 만들어준 촉석루, 그 촉석루만은 내고의 어린 시절의 추억을 품고 있을 것이다. 민족의 핏속에 흘러온 정신을 무속화, 불교회화 형식을 빌려 우리민족 안에 내재된 원색적이고 화려한 색감을 치밀한 구도로 끌어내 민족혼을 불러 일으켰던 그의 작품 세계엔 고향 진주와 촉석루가 녹아있다. ‘내고(乃故)’, ‘그대로’라는 뜻의 호처럼 인생·자연·예술 그대로, 본연의 삶에 충실하며 사신 박 화백, 그의 호처럼 흔적이 그대로 진주에서 재조명되기를 기대해본다.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망경동 15번지에 위치했던 박 화백의 생가가 복원되고 그 곳에서 빛을 발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강현숙(진주미협 문화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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