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마무라 다다오 선생
[기고] 이마무라 다다오 선생
  • 경남일보
  • 승인 2018.05.1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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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규호 교수



나는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직장을 추천해 주신 은사님께 명절 인사를 23년간 지속한 바 있다. 직장인으로서 제몫을 해내고, 식솔을 거느린 가장으로서의 모습을 보여드림이 그 가르침에 적게나마 보답하는 것이라 여겼다. 세상이 바뀌어서 스승과 제자간의 관계가 옛날 같지 않은 요즘이다. 스승을 존경하는 것은 차지하더라도 사제지간의 인간적인 정은 ‘끈끈히’가 아닌 ‘근근히’다. 이렇게 된 이유를 제자들에게서 찾기보다는 스승의 책임이 더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이마무라 다다오(今村忠夫) 선생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내가 금년 3월 1일부로 재직하게 된 경남과학기술대학교는 지난 4월 30일자로 개교 108주년을 맞이했다. 이마무라 다다오 선생은 93년 전 1925년에 이곳 경남과학기술대학의 전신인 진주공립농업학교에 제6대 교장으로 부임한 분이다. 부임 초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표출한 학생들을 멸시하는 일본인 교사의 행동으로 대규모 학내 시위에 휩싸였다. 일본 경찰은 주동 학생에 대한 퇴학을 요구했으나 정학으로 마무리 하였다. 이후 건강한 정신에 건강한 육체를 기르도록 다양한 체육활동을 권장, 1936년 축구부는 전(全) 조선 중등학교 축구대회에서 명문 보성고보를 제치고 우승하여 진주지역의 자존심을 높이기도 했다. 학생들의 견문을 넓히기 위해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실시하였으며, 학교의 승격을 이루어 내기도 했다. 1945년 해방이 되던 해일본인을 향한 보복행위가 많았으나 선생은 뜻있는 졸업생들의 호위를 받으며 무사히 일본으로 돌아갔다. 이 땅에서 20년을 국적과 민족을 초월하여 학교 발전의 초석을 다졌으며 참교육을 실천한 교육자로 기억되고 있다. 교육에 대한 열정은 선생이 학교를 떠난 후에도 이어졌다. 퇴직금 전액을 20년 몸담은 학교의 도서 구입비로 기부한 것이다. 1963년 76세로 사망할 때에는 살고 있던 집을 고치현 도사(土佐)시에 기부하였다. 퇴직금을 기부 받은 학교는 선생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장학회를 만드는데 의견을 모았고, 학교의 뜻을 전해들은 선생의 아들이 기부한 돈을 합친 7000만원 가량으로 1985년 선생의 이름을 딴 금촌(今村)장학회가 설립되었다. 지금까지 학생들에게 장학금이 전달되고 있으니 선생의 교육 정신도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1988년 선생에게 배움을 받은 제자들이 기금을 모아 옛 집터가 있던 도사시에 ‘은사 금촌충부 선생 송덕비(恩師 今村忠夫 先生 頌德碑)’를 세웠다. 송덕비의 비문은 진주의 항일운동사에 큰 획을 그은 항일투사이자 경남일보 사장을 지낸 설창수 선생이 짓고 글씨는 진주를 대표하는 서예가인 정명수 선생이 썼다. 이들 모두 선생의 제자였다.

식민시대 아픔의 역사 속에서 만남 스승이지만 학교를 위해 그리고 학생들을 위해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다한 분으로 기억되고 있으니 항일투사로 활동한 제자들이 자진해서 일본인 선생의 송덕비를 세우기도 한 것이다.

마지막 남은 모든 것까지 후학을 위해, 지역 사회를 위해 내어 놓은 그 정신은 이해타산만 앞세우고 사는 내게 부끄러움을 일깨웠다.

재직시절 학생들에게 성실과 근면(誠而勤)을 생활 자세로 삼도록 모든 교실에 선생이 직접 쓴 글씨 ‘誠而勤’을 부착했었다고 한다. 이제 성실과 근면은 내가 학생을 대하는 태도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진심이 통하는 사제지간의 관계를 다시금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될 것을 희망하고 실천하고자 한다.

 


방규호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제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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