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진의 귀농인 편지 [2]꿈은 이루어진다
조동진의 귀농인 편지 [2]꿈은 이루어진다
  • 경남일보
  • 승인 2018.05.0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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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 지점장, 건설회사 CEO를 지낸 나의 사회생활은 별반 불만이 없었다. 오히려 남들이 보기엔 잘 나가는 지점장에다 대표이사였다. 하지만 내 맘속엔 2% 부족한 그 무엇이 있었다.

나의 꿈은 강단에 서는 것이었는데 그런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간혹 CEO 특강으로 강연을 한 적은 있지만 단발성이었다. 50살이 되어 시골에 들어오면서 그 꿈은 완전히 포기를 했었다. 그런데 길이 끝난 곳에서 길이 있다 했던가.

한옥을 짓고 3여년 감농사를 짓고 살면서 그간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기록했다가 뒤이어 들어오는 귀농귀촌인들에게 도움이 될까봐 ‘귀농귀촌 알아야 할 88가지’라는 책으로 엮어 출판을 했던 이력 때문이었는지 우연히 하동군에서 후배 귀농귀촌인들에게 경험담을 들려주라는 요청이 왔다. 가볍게 시작한 귀농귀촌 경험담 강의가 그 인연을 계기로 귀농귀촌 전문 강사가 되어 전국 지자체와 대기업, 방송국 등에 출강을 하게 되었고 급기야 지리산웰빙귀농학원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강사의 꿈만 이루어도 만족인데 귀농학원까지 설립하게 되다니 꿈을 꾸는 듯 하다. 처음부터 큰 뜻을 세우고 무리하게 진행하는 것보다 차근차근 준비하며 때를 기다리니 비용도 절감되고 일도 수월하게 풀려나간 것이다.

 
▲ 교육생들과 함께 자료를 보면서 논의하는 모습


교학상장(敎學相長)

이후에도 계속 하동군 농업인 대학에 등록하여 대봉감, 매실 재배기술을 공부하고 또한 농산물 가공과정에서는 발효에 관한 공부를 하였다. 시골생활에서 발효공부는 필수인지라 귀농귀촌 강의에 발효를 한 꼭지 넣었기에 남보다 좀 더 열심히 발효공부를 하였는데 그러다보니 하동매실감식초영농법인도 설립하게 되었고 나아가서는 식초전문 강의도 하게 되었다. 이게 웬 횡재인가. 내가 먹을려고 발효액과 술, 식초를 담그기에 당연히 공부를 한 것인데 소득에도 도움이 되고 또한 나를 발효 강사까지 만들어 준 것이다. 내친 김에 하동군과 경상대학이 공동 진행하는 인문매개자 교육도 신청해서 듣는다. 3년 과정을 수료하면 인문학 강의도 할 수 있다니 나의 인문학 소양도 넓히고 내가 뼈를 묻을 고장 하동의 인문과 역사, 문학도 배우고 강의도 할 수 있다니 더 이상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믿기 어렵겠지만 내가 들은 모든 강의는 무료였다.

시골에 들어올 땐 상상도 하지 못한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통상 시골에 오면 농사만 짓는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큰 오산이다. 귀농 인구보다 귀촌 인구가 몇 배나 많은 게 현실이다. 그리고 시골에선 농사 말고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무궁무진하다.

세계적인 투자의 귀재조지소로스는 농촌이 블루오션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정부에서는 6차산업을 활성화 하고 사회적 경제를 적극 지원하는 지금의 시점에서는 농산물의 생산 말고도 농산물의 가공, 유통의 창업 기회 뿐만 아니고 그에 파생된 일들에 창업의 기회가 무진장 널려 있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은 소규모 저비용으로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농산물은 몇백년 동안 그냥 먹을거리로만 생각되어졌지만 이제는 그 개념도 바뀌어 간다. 쌀이 인테리어 소품으로 거듭나고 어린이들의 공작 소품으로도 활용되고 식물의 새싹이 돋고 자라는 생명에너지는 산업으로도 활용되어 농장유치원, 농장실버타운도 탄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십년 후에 존재하는 직업의 절반은 아직 탄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새로운 직업이 탄생한다면 그동안 개발이 미진했던 시골이 도시보다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리라 생각한다. 이에 발 맞추어 오늘날의 공무원들은 준비된 농민을 찾아 지원을 해주려는 자세가 갖추어져 있다. 되도록 일을 벌리지 않으려했던 소극적인 이전의 공무원이 아니다. 실적이나 결과물을 내어야 하기에 열심히 준비한 농민들에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 덕분에 나도 꿈을 이루었던 것이다. 더구나 나의 둔필로는 신문에 칼럼을 게재 한다는 건 언감생심 생각도 못했는데 하동군 기술센터의 추천으로 이렇게 신문에도 글을 올리게 되었다. 그간 도움을 준 하동군 공무원들에게 이 지면을 빌어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행복과 건강과 창업의 기회가 주어지는 귀농귀촌을 도시민들에게 추천드린다. 모든 사람들은 젊고 건강하게 살고 싶어 한다. 젊어지는 비결은 새로워지는 것이다. 기회 닿는대로 배우고 또 새로운 것을 시도하다 보면 젊음은 오래도록 유지될 것이다. 매일매일 색다르게 변하는 들판, 산자락은 우리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어 준다. 이 에너지를 호흡하며 새로운 걸 배우고 시도하는 활기찬 시골의 삶. 나는 오늘도 감사의 기도를 올리며 즐겁게 하루를 열어 젖힌다.

귀농인 조동진(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 귀농 귀촌을 생각하는 사람들과 사진촬영

교육중인 모습
 
약수헌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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