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제도, 혼란과 불신
대입제도, 혼란과 불신
  • 경남일보
  • 승인 2018.05.1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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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길명

현 정부의 핵심 교육공약은 고교교육 정상화와 대입제도 개편인데 그 내용은 내신절대평가와 수능절대평가이다. 이를 시행하기 위해 지난해 8월 평가에 대한 설익은 개편안을 제시했다가 거센 여론에 밀려 ‘잘 준비 하겠다’며 1년을 연기한바 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교육부가 지금까지 결정을 못하고 새로운 제도에 관한 모든 결정권을 국가교육회의로 넘기니 국민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불신만 깊어 간다.

대입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것에는 국민 대부분이 동의한다. 학교교육이 4차 산업사회 도래라는 시대의 변화를 수용해야 하는데 대입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고교교육 정상화를 실현 할 수 없고 시대의 변화에 따른 인재를 기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제도개편에 대한 취지는 공감하지만 공약에 얽매여서 대입제도를 풀려고 해서는 안 된다. 결국 ‘수능절대평가가 정부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뒤집고 물러섰지만 학생, 학부모들의 원성은 피할 길이 없게 되었다.

수능의 당초 목표는 논리적이고 종합적인 사고력을 평가하겠다는 것이었으나 오래전에 퇴색하고 말았다. 현재의 수능은 문제 푸는 얄팍한 요령을 키우고 함정 피하기, 실수 안 하기, 찍기 등으로 전락하여 기대했던 역량평가는 그 근처도 가지 못하고, 대부분의 수험생들에게 괜한 고생만 시키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와 동일한 문제로 수능을 치르는데 평가방법을 달리한다고 해서 고교교육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일선학교의 교육방법과 평가문제가 바뀌지 않을 것이고 교육정상화는 물론 학생들의 역량도 키우기 어렵게 되었다.

교육부가 만지작거리다 국가교육회의에 이송한 안은 내신과 수능평가방법 이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현재 대입제도를 둘러싸고 있는 논쟁 중에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은 수시와 정시 모집 비율인데, 객관성과 공정성, 지역별, 학교별 유 불리가 있어 어느 안이 도출되더라도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렇게 교육주체마다 의견이 엇갈리는 민감한 문제를 교육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함에도 국가교육회의에서 적정비율에 대한 국민의 뜻을 모아 달라고 하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교육부는 교육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국가의 중추기관인데 8개월 동안 만들지 못했던 정책들을 자문기구에 불과한 국가교육회의에서 4개월 안에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국가교육회의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여 5, 6개의 대입모형을 선정하고 그 중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모형 1개를 확정할 계획이라 한다. 교육정책은 다수의 힘에 눌려서도 안 되고 정치에 휘둘려서도 안 된다. 만약 다수의 힘이 지지하여 선정된 모형이 교육현장과 동떨어진 것이라면 그 혼란과 갈등을 또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교육은 교육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어 풀어야 한다. 언제부턴가 우리사회는 교육의 객관적인 사실을 말하기보다 정치성향에 따라 입시에 대한 견해도 다르고 진영이 갈리면서 교육정책도 바뀌고 있다. 결국 역사상 가장 방향성이 없는 이번 대입제도 개편과정에서도 정치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해 혼란을 자초하고 말았다.

교육에 관한 책임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교육부가 입시제도 하나 제 손으로 개편하지 못해서야 이 나라 교육이 어디로 가겠는가. 방향을 잃고 누더기가 된 교육정책들을 바로 잡아야 할 중대한 시기에 와 있다. 이제라도 국가의 100년 미래를 위해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 주기 바란다.

 

최길명(전 하동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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