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농산물 가격변동과 공존의 지혜
[농업이야기] 농산물 가격변동과 공존의 지혜
  • 경남일보
  • 승인 2018.05.1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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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석(경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경영정보팀장)
‘백성은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다’는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이라는 한자어가 있다.

이는 맹자의 ‘한서’에 나오는 말로 백성이 배가 고프면 아무리 강력한 제왕이라도 따르지 않고 난을 일으키기 때문에 백성을 다스림에 있어 식량 공급이 우선 순위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에 와서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저개발 국가를 제외하고는 식량은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 과잉에 의한 농산물 가격하락이 문제이다. 2018년 새해 벽두부터 우리나라는 풋고추 생산 과잉에 의한 가격하락을 경험하였고, 최근에는 양파 생산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에 직면하고 있다.

이처럼 농산물 생산 과잉에 따라 가격이 급락하는 것은 농산물이 비탄력적이기 때문이다. 가격이 오르면 곧바로 수요가 줄고 공급이 늘어나는 수요 공급 원리가 작동하는 상품은 ‘탄력적’이라고 부르지만, 가격이 올라도 수요나 공급이 쉽게 변하지 않는 상품은 ‘비탄력적’이라고 한다. 농산물은 가격이 오른다고 하루 세 끼 먹던 식사를 줄일 수 없고, 추가적인 수요가 발생하더라도 작물은 생육기간이 필요하여 즉각적으로 공급량을 늘릴 수도 없다.

이처럼 비탄력적인 농산물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가격이 매우 가파르게 오르는 경향이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그레고리 킹(1648~1712)은 곡물 공급과 가격 관계를 관찰하여, 곡물 공급이 수요보다 10% 부족하면 가격은 30%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후 농산물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농산물가격은 산술급수적으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오른다는 ‘킹의 법칙’으로 일반화 되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4월 감자가격은 76.9%가 상승하였으며, 이는 겨울철 한파와 파종기 때 기상이 좋지 않아 생산량이 감소하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하였다. 반면에 지난 3월 농촌경제연구원에서 조생종 양파 생산량이 평년(14만6천 톤) 보다 33.2% 증가한 19만5000t이 생산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이후 3월 가락동농수산물시장의 양파가격은 평년가격보다 39.9%나 하락하였다. 이는 불과 한 달 전에 비하여 28.2%나 하락한 가격으로 농산물 가격이 생산량 변화와 출하량 조정에 따라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이후 정부에서는 조생종 양파 주산지인 제주와 전남지역에서 1만9000t을 산지에서 폐기하였고, 자율적 수급조절을 병행하였다. 그 결과 4월의 양파가격은 평년대비 26% 낮은 가격이었지만, 3월 가격에 비하여 5.7% 상승하였다.양파뿐만 아니라 마늘, 감자, 토마토, 단감 등 모든 농산물의 가격 변동성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왜냐하면, 농산물의 생육은 기상변화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들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농산물을 외면할 수도 없다. 농산물 생산이 흉작이 되어 가격이 오르면 농가는 이익이지만, 소비자는 힘들어 한다. 반대로 농산물 풍작이 되어 가격이 하락하면 농가는 손해를 보지만, 소비자의 편익은 증가한다.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다. 농업인이 없으면 소비자가 살 수 없고, 소비자는 농업인이 없으면 살 수 없다. 이처럼 농업인과 소비자는 공생관계에 있다. 우리 모두가 공존하기 위한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길석(경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경영정보팀장)

 
박길석 경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경영정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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