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열린칼럼
[객원칼럼] 스승의 날 후기(後記)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5.16  18:44:54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5월(May)은 그리스 신화에서 올림포스 십이신의 하나인 헤르메스(Hermes)의 어머니인 마이아(Maia)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이름의 어원은 라틴어로 ‘어머니’ 또는 ‘유모’를 의미한다고 하니 만물을 소생시키는 봄의 기운이 번창한 시기를 나타내기에 적절한 상징이 되었으리라. 이러한 계절의 여왕 5월의 한 가운데 스승의 날이 있다는 것은 매우 감사하고도 영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5월은 선생님들에게 두 개의 의문과 관련된 상실감을 안겨주고 있다. 첫 번째는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왜 쉬지 못하는 걸까?’라는 의문, 그리고 두 번째는 ‘5월 15일 스승의 날이 왜 이렇게 불편할까?’라는 의문이다.

근로자의 날(노동절)은 1886년 5월 1일 하루 8시간 노동제와 근로환경 개선을 실현하기 위한 노동자 총파업을 미국 전역에서 시작한 날로 이후 세계 각국에서 노동 운동의 기념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 근로자의 날이 법정휴일로 지정된 이래 노동자 권익 향상의 시대적 변화에 힘입어 최근에는 대부분의 직장들이 유급휴일에 동참하고 있다.

교사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사회적 정의로 인해 한편으로는 휴일을 빼앗긴 박탈감이 들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교직에 대한 가치와 숭고함을 인정받는 것 같아 흔쾌히 하루를 봉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의 교직은 권한은 점점 사라지고 각종 평가로 업적을 채워야 성과급을 받을 수 있고 심지어 학생을 고객으로 삼아 민원이라도 들어올라치면 즉각적으로 처리해야하는 등 일반 서비스직 노동자와 다르지 않은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스승의 날은 1963년 5월 26일에 청소년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에서 행하던 사은행사로부터 시작되어, 1965년부터는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로 변경하여 각급학교 및 교직단체가 주관이 되어 행사를 실시하였다. 이후 1973년 정부의 서정쇄신(庶政刷新) 방침에 따라 사은행사를 규제하게 되어 스승의 날이 폐지되었으나, 1982년 스승을 공경하는 풍토조성을 위하여 법정기념일로 다시 부활시켰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두 번째로 맞는 이번 스승의 날, 마침 오전에 공무원 특강만 있고 학생 강의가 없는 날이라 학생들과의 껄끄러운 대면이 없어 오히려 다행이라는 자조적인 위안을 하였다. 오후에 연구실로 학과 임원진이 카네이션을 들고 방문했다. 법 시행 이전 스승의 날에 있던 사제 간의 정이 교류하던 만남 대신에 학생 대표가 법의 테두리에서 의무를 다하고 그 정오 여부를 점검하며 어색한 인사를 나누는 자리로 변질되어버렸음에 내심 착잡했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한 상황에서도 스승의 날을 폐지하자는 일부 성급한 여론에는 반대하고 싶다. 당분간은 불편하겠지만 두 번째가 되니 이제 조금 적응이 되는 듯도 하다. 졸업생들의 문자 한통에 감사하고, 동료 교수들과 교육 현장에서의 애환을 나누고, 다음 강의를 준비하며 존경하는 선생님으로 부터 조언을 듣는 등, 오늘은 다소 불편했지만 그래도 내가 교육자로서 살아있음을 느끼는 완벽한 하루였다.

양희돈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경남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