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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론]망나니에서 지도자까지, 그 불편한 진실정승재 (객원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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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8  05:2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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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키는 아니지만 조부를 닳은 듯, 준수한 인물로 비춰졌다. 중산(中山)복이라하여 중국 혁명가 쑨원(孫文)의 아호를 따 만들었다는 인민복, 검약의 상징인 그 옷을 입었다. 여유 있는 웃음기를 담고 두발로 역사적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한마디 농담 끝에 우리 대통령을 이끌며 잠시간의 월북을 연출하는 넉넉함도 보였다. 제왕학(帝王學)을 섭렵했을 듯, 조금의 위축이 없었다. 인구가 두세배 많고,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국민 총생산으로는 백배 쯤 잘사는 대통령을 처음 만나는 데도 말이다. 정상간의 회담장에서도 유머를 곁들여 대화를 이어갔고, 부부동반 만찬장에서도 만면에 미소로 화답하면서 겸손까지 읽게 만들었다.

부친 사망으로 정권을 승계받아 전대미문의 3대 세습권력을 구축했다. 공산주의의 시조, 마르크스가 살았다면 뺨 맞을 뻔한 개인숭배가 극치다. 한해 수십만의 주민이 굶어죽는 상황임에도 수십개의 호화별장을 갖추는 등 도를 넘는 호화사치가 일상이다. 백 수십개의 정치범 수용소에 온갖의 만행과 억압을 자행한다. 인권은 멀고도 더 요원할 뿐이다. 혈육인 이복형을 독살하고, 고모부를 살점하나 남기지 않은채 대포로 쏴 죽였다. 한방에 수백만명을 살상하는 핵미사일을 갖고 세계를 상대로 협박을 일삼았다. 불과 1년여 전에는 “남조선의 모든 것을 쓸어버려야 한다”고도 했다. 툭하면 정상국가선 있을 수 없는 외교적 협상절차를 이유불문 하고 일방적 중단을 일삼는다. 이틀전의 일도 그렇다.

같은 사람, 북한의 김정은위원장의 얘기다. 소문난 잔치라 했던가. 경천동지할 상징성에 비해 회담성과의 실질적 결실은 별로였다. 멀리는 반세기 전에 있었던 7·4공동성명을 비롯하여 노태우, 김대중, 노무현정부서 일궜던 각각의 평화협정 수준을 넘지 못했다. 지상목표가 된 ‘비핵’이나 ‘핵폐기’ 단계의 주변도 밟지 못했다.

그날 만찬장 모습도 그냥 넘기기에는 애처로움이 있다. 위원장은 넘치도록 당당하게, 너무나 떳떳하게 우리의 장관급 이상 수행원들에게 하사하듯, 한손으로 술을 따랐다. 대통령 다음의 우리 군 지휘권을 가진 국방부장관이 그 위원장에게 술잔을 받는 태도는 어른 앞의 아이, 상급자 면전의 부하를 연상할 만한 두 손 모은 ‘황공함’이 철철했다. 다른 수행원 거의가 그랬다. 호혜원칙으로 국가원수에 대한 예우차원이라 하겠지만, 남북관계의 상호주의는 왜 배격됐는지를 묻는다면 대답이 궁색할 것이다. 반면에 지난해 대선시 2년여의 연륜이 부족한 후보로부터 어이없는 “버릇없다”는 얘기를 듣고도 즉각적 반격도 않은 등, 몸에 배인 겸손의 심성을 반영하듯, 대통령은 40년 정도 아래인 위원장 여동생에게 술잔을 받으면서 한손이 복부에 가 있었다.

하지만 기대가 크다. 허세라지만 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과 선군정치의 중심인 북한의 군부, 정부의 최고실력자를 대동하고 우리 땅을 밟았다. 한편의 드라마를 연상하듯, 몇 번을 꼽아도 의미 있을 단 둘만의 산책, 포옹장면까지 전에 없던 획기적 대장정이다. 완벽한 핵 제거와 그쪽 주민의 복리에 쓰인다면 작게는 수십조, 많게는 수백조를 줘야하는 ‘경협’이름의 지원도 좋다. 투자요, 평화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경제차원서도 우리기업이 베트남과 중국 등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 보다 훨씬 낫다.

그러나, 좀 냉정할 필요가 있다. 돌변의 이면에는 수작이 있을 만 하다. 세금은 별도로, 갓난 아이부터 죽음을 준비하는 노인까지 앞으로 10년간 ‘100원 벌면 약 20원을 그쪽에 주어야 한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의 핵폐기 댓가를 추산한 분석이다. 받기로 한 돈이 적어서 핵이 여전한 협박으로 재활용되면 어쩌나. 그 가능성이 단 1%이하라도, 그 결과는 국민 생명권의 침탈이다. 냉안관인(冷眼觀人), 더 철저히 살펴야 한다.

정승재 (객원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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