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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범죄 수사기준, 성별 아니라 범죄 자체여야강문순 (전 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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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7  22:5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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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며칠 간, 홍대 남성 누드모델의 불법촬영 사진 유출 사건이 방송과 인터넷을 달구었다. 타인의 몸을 몰래 찍어서 그것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행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는 명백한 범죄이다. 따라서 이번의 신속한 수사와 범인 구속 등의 경찰의 활약은 박수를 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경찰의 신속한 수사,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우기, 신속한 구속과 이차 가해 차단 등의 피해자 보호 노력 등과 특이성과 선정성을 강조하는 요란한 보도 등을 보면서 마음 한 편이 불편해지는 것은 왜일까?

첫째로 떠오른 것은 과거 접했던 호스트 바에 대한 집중보도였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룸살롱과 같은 여성접객원이 있는 유흥업소의 불법적인 양태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가 남성접객원이 있는 호스트바에서는 한 건의 불법적인 일만 발견하더라도 우르르 달려들었던 방송사의 이중적인 태도가 연상되었던 것이다. 물론 수적으로 희귀한 일이어서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결과 국민들의 머리에 각인되는 것은 룸살롱의 불법성이 아니라 호스트바의 불법성뿐이었다. 지금의 보도로 인해 결국 국민들의 마음에 남는 것은 모든 몰카의 불법성과 유해성이 아니라 여성 범죄자일 것이라는 걱정이 마음 한 구석을 괴롭힌다.

두 번째로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것은, 우리 모두가 바라는 그대로 신속하게 그리고 피해자를 보호하면서 수사를 진행한 경찰이 이전에도 몰래카메라 범죄에 이렇게 대응한 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었다. 이러한 생각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던 듯하다. 11일에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라는 청원글은 불과 3일이 지난 14일 현재 30만 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이 청원의 요지는, 늘 몰래카메라를 두려워하면서 화장실에 갈 때에는 문과 벽, 천장을 살펴보고, 공종 장소에서는 주위에 몰래카메라 범죄자가 있지는 않을지 살펴야 하는 여성들이 몰래카메라 범죄 피해를 당하고 경찰에 신고 했을 때 이번처럼 경찰이 관심을 가지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범인을 잡고 수사한 적이 있었는지, 그리고 모든 언론이 함께 분노하며 그 문제를 이처럼 크게 다룬 적이 있었는지를 묻고, 그 이중적 태도를 바꾸자는 내용이다.

물론 남자 피해자라서 더 신속한 수사와 더 확실한 보호가 이루어졌다는 의견에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처럼 일고 있는 여성들의 문제 제기를 여성들의 억지 주장이나 피해의식으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30만 명이 넘는 여성들이 청원에 동의한 것은 여성들이 불법 촬영에 의한 피해를 호소하고 고통의 비명을 지를 때 지금처럼 제대로 듣고 성의를 가지고 수사하지 않았던 과거의 우리 사회의 태도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의 사건에서 또 다른 희망을 붙잡는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과 언론의 태도가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전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만큼, 앞으로의 불법촬영 사건에 대해서는 과거보다는 신속하고 정확한 처리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다. 이번 사건에 보여 준 태도를 설마 피해자가 여성이라고 해서 뒤로 되돌리지는 않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동일한 사건에는 동일한 분노와 동일한 태도를 보여주기를 바라면서, 수사기관과 언론의 태도가 바뀌었기를 소망해 본다.

강문순 (전 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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