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진해 원도심에 있는 일제시대 우물
[경일포럼]진해 원도심에 있는 일제시대 우물
  • 경남일보
  • 승인 2018.05.1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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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창원 YMCA 명예총장)
진해 원도심의 골목 안에는 우물이 두 개 있다. 중앙동사무소 도로 건너편에 있는 태권도장 건물 옆에서부터 골목이 시작된다. 일본 2층 전통주택이 줄지어 있는 차로변에서는 5개의 골목입구가 있다. 드림빌아파트 건너편 주택가이다. 충무로 60, 62번길이다. 골목은 두 명이 나란히 걸으면 빈틈이 없을 정도의 폭이다. 우물의 높이는 나지막 한데 편하게 앉을 수 있는 높이이다. 원통 주변에는 페인트를 칠한 흔적이 남아있다. 가운데에는 큰 동그라미 안에 삼각형 3개가 나란히 그려져 있고 희미하게 ‘민방위’ 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우물은 혼자서 골목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뚜껑은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시멘트로 두껍게 봉해놓았다. 이걸 부수면 실제 뚜껑이 나타날 것 같다. 골목에 있는 주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음이 분명하다.

이곳에서 나와서 북원로터리 도로를 건너 여좌천 쪽으로 가다가 로망스 다리로 가는 철로 밑 지하도 입구에서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우물이 또 하나 있다. 충장로 63번길이다. 우물 주변에는 시멘트로 깨끗하게 바닥이 포장되어 있으며 사용한 물이 빠질 수 있도록 배수구까지 만들어놓았다. 철판으로 절반을 접을 수 있도록 우물 뚜껑을 만들어서 덮어놓았다. 물통은 튼튼한 노끈으로 묶어서 뚜껑에 매어 놓았다. 노끈은 중간 중간에 매듭을 만들어놓아서 손으로 끄집어 올리기 쉽도록 배려해놓았다. 물통은 평범한 플라스틱 생수통의 절반을 자르고, 가운데에 나무토막을 넣어 양쪽에 나사로 고정해놓았다. 누군가가 정성껏 직접 만든 물통이다. 우물의 둥근 테두리는 삭막한 시멘트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 흰색, 검은색의 작은 몽돌을 뺑 둘러서 붙여놓았다. 소중하게 관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물 안에는 중간으로 자그마한 플라스틱관이 들어와서 바닥까지 내려가 있다. 도자기를 만드는 옆집 주인이 전기모터를 연결하여 우물물을 길어서 사용하기 위해 설치해놓았다.

진해 원도심에 있는 우물은 군항도시로 건설될 때 만들어 진 것이니 110년의 역사를 가진 문화유산이다. 애초 일제강점기에 도시계획을 할 때부터 주거지 구역별로 골목과 우물을 하나씩 만들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모든 집들은 목조주택이어서 화재예방을 위한 시설이 있어야 했다. 일본에서는 특히 지진으로 인한 잦은 화재로 인하여 동네마다 우물 혹은 빗물이용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윤동주가 1939년에 쓴 시 ‘자화상’에서 우물은 자기성찰의 매개체이다. 둘로 나누어져 있는 자아가 긍정과 부정의 과정을 거치면서 하나가 된다. 윤동주에게 우물은 거울이었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는 서울의 자기 하숙집 우물 속에 비친 달, 구름, 하늘을 보면서 또 다른 자신을 만났다. 동주가 서 있는 위치가 우물 밖이었다. 반대로 우물 안에서 하늘을 보는 사람도 있다. 우물에서 하늘을 보면 전체를 볼 수 없다. 결국 우물 크기만큼의 하늘이 전부이다. 이런 경우를 가리켜서 정중지와(井中之蛙), 좌정관천(座井觀天)이라고 한다.

진해 중앙동의 우물 2개는 조만간 관광자원이 될지도 모른다. 시인 윤동주에게는 자기를 비춰보는 거울이었는데 진해에서는 근대문화유산으로서 또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전점석 (창원 YMCA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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