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을 보며
연꽃을 보며
  • 경남일보
  • 승인 2018.05.2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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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서진초등학교장·진주교원총연합회장)
▲ 박상재
신록의 푸르름이 더해 가는 오월의 한 세상~ 부처님 미소(微笑)속에 아름답지 않은 것이 어디 있으랴마는 그 중에서도 난초와 함께 대표적인 여름 꽃, 연꽃에 시선이 머무르는 것은 아마 연꽃이 주는 매력 때문이리라.

연꽃은 더러운 진흙탕 물에서 피어나지만, 자태는 아름답고 향기는 은은하다. 이 연꽃의 특징을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한다. 아무리 주변이 혼탁해 자신을 힘들게 하더라도 그 속에서 마음의 뿌리를 굳건히 내려 청정한 꽃을 피워 내 선비의 참 향기와 같아 사랑받고 있는 꽃이다. 북송의 대유학자인 ‘주돈이’는 연꽃을 예찬했다. 그는 연꽃을 군자에 비유해 미덕을 네 가지로 구분했다. 첫째, 연꽃의 줄기는 곧으나 속은 텅 비었는데 이는 군자의 꼿꼿한 마음과 소통을 잘하는 비결을 말한다. 둘째, 연꽃의 아름다움은 진흙 속에서 피어나지만 진흙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아 초나라 굴원처럼 초연하고 굳건한 기개를 말해주고 있다. 셋째, 연꽃의 아름다운 향기는 요염한 것이 아니라 군자의 고귀함과 닮았다. 넷째는 연꽃은 아름다워도 함부로 꺾지 않는데 그것은 군자의 향기를 간직하고 있어 함부로 범접하기 어렵기 때문이라 사료된다. 아래 두 구절을 보면 이해가 간다.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우뚝 깨끗하게 서 있으니(香遠益淸 亭亭淨植·향원익청 정정정식)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으되 함부로 다룰 수는 없다.(可遠觀而 不可褻翫焉·가원관이 불가설완언) 여기서 전자 향원익청을 권(權)원익청 으로 바꾸면 어떨까? 즉 향기는 권력으로부터 멀어질수록 더 맑아진다!

새가 날려면 좌우 날개가 균형이 잡혀야하는데 한쪽 날개로만 날려고 하니 세상사 매일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다.

이탁오의 은자설에 세상과 뜻이 맞지 않아 숨어사는 사람을 세 부류로 나누었는데 ‘시은(時隱)’은 시대를 잘못 만나 자신의 도를 세울 수 없어 은거한 사람이고 ‘신은(身隱)’은 세상사 뜻이 없어 어떤 시대에 태어나도 은거했을 사람이고, ‘대은(大隱)’은 오히려 권세와 부귀에 초연한 사람이다. 시은과 신은이 깨끗함 속에서 깨끗함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대은은 더러움 속에서 깨끗함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이 세 부류 중 ‘누가 더 멋진 사람인가?’는 각자의 인생관에 의해 좌우되겠지만 번뇌와 고통을 잘 소화하고 자양분 삼아 인생의 꽃을 피워야함은 변할 수 없는 이치리라. 그 어떤 곳에 있던 수처작주(隨處作主)라, 내가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야하지 않겠는가. 비 내리는 산사에서 물안개 친구삼아 차 한 잔에 시름을 삭인다.
 
박상재(서진초등학교장·진주교원총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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