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탈한 성격 유명…정도경영 원칙 경영인
소탈한 성격 유명…정도경영 원칙 경영인
  • 강진성
  • 승인 2018.05.20 19: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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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글로벌 기업 성장 이끈 故 구본무 회장
새를 사랑해 책 펴기도…'LG 의인상'도 만들어
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경제계에서 소탈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구 회장은 우리나라 재계 4위 수장이었지만 격식을 싫어했다. 공식 행사나 출장에는 수행원 한 명만 대동할 뿐이었다. 해외출장시 임원들이 공항으로 마중나오는 것도 금지 시켰다. 휴일날 사적인 일은 혼자 곧잘 다녔다. LG트윈스 구단주 시절 혼자 야구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구 회장의 장례식이 간소하게 치러지는 것은 평소 “주변에 폐 끼치지 말라”는 그의 유지 때문이다. 그는 자녀 결혼식도 간소하게 치렀다. 2006년 큰 딸 연경씨 결혼식은 친인척만 초대해 조촐하게 가졌다. 2009년 아들 광모씨 결혼식 역시 친인척들로만 진행했다.

구 회장은 재벌그룹 가운데 정도경영에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3년 국내 그룹사 가운데 처음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LG그룹이 4개 부문으로 분사해 제왕적인 체제에서 벗어났다.

그는 1975년 럭키 과장으로 입사해 1995년 그룹 회장에 오르기까지 20년 간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주력인 전자, 화학, 통신서비스를 핵심사업으로 성장시켰다. 디스플레이 분야에도 투자해 세계 최고로 키웠다. 정도 경영, 가치창초형 일등주의, 도전주의를 경영 이념으로 삼았다.

부회장 시절 럭키금성 사명을 LG로 바꾸는데 앞장서며 글로벌기업 기틀도 다졌다. LG그룹은 기술가치를 높게 평가하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구 회장이 LG미래를 책임질 인재육성과 첨단 R&D(연구개발)가 이뤄 질 ‘LG사이언스파크’ 건립을 추진한 것도 이때문이다. 아쉽게도 구 회장은 2020년 완공될 이 건물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구 회장이 23년간 회장을 맡으면서 LG그룹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연매출은 1994년 30조에서 지난해 160조원으로 5배 넘게 늘었다. 직원수는 21만명에 이른다.

아픔도 있었다. 1999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의 빅딜에 의해 20년 간 키운 금성반도체를 현대그룹에 넘긴 것은 뼈 아팠다. 업계에서는 LG가 반도체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더라면 재계 역사가 달라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03년 LG카드 사태로 그룹이 휘청거렸다. 회사가 신한카드에 인수되고 LG투자증권 등 금융사업을 모두 접기도 했다.

구 회장은 1945년 2월 10일 진주에서 태어났다. 형제 중에서 유일하게 진주가 고향이다. 동생 구본능(희성구룹 회장), 본준(LG전자 부회장), 본식(희성그룹 부회장)은 부산에서 태어났다. 구 회장은 고향에 대한 사랑도 드러냈다. 그는 경상대학교에 LG개척관을 기증했다. LG트윈스 구단주 시절에는 LG 전지훈련장으로 쓰기 위해 진주연암공대에 야구장을 만들기도 했다. LG트윈스가 진주에 전지훈련을 오면 구 회장은 외가인 진주시 대곡면 단목리에 선수들을 초청해 격려했다. ‘단목 행사’라 불린 이 모임은 연중 선수단의 주요 행사였다.

구 회장의 호를 딴 경기도 광주 소재 화담(和談)숲에는 외가에서 5대째 키워 온 모과나무를 심었다. 모친 하정임(2008년 별세) 여사를 기리는 뜻에서다.

구 회장은 새를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학생때 산에서 우연히 다친 새를 만난 게 인연이 됐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집무실에 망원경을 두고 철새 관찰하는 것을 즐겼다. LG트윈타워에 둥지를 차린 천연기념물 ‘황조롱이’를 보살펴 무사히 새끼를 낳게 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구 회장은 날아가는 새만 보고도 이름을 곧잘 알 정도로 고수였다. 새 관련 국내 연구자 모임에 참여하고 지원했다. 2000년에는 ‘한국의 새’라는 조류도감을 국문과 영문으로 출간했다. 경기도 유명산, 제주도 서귀포 등에 자연생태 관찰로와 학습자료시설을 만들어 산림청에 기증하기도 했다.

구 회장은 국가와 사회에 희생한 의인을 위해 ‘LG 의인상’을 만들기도 했다. 의인을 선정해 위로금을 전달하지만 따로 기념식을 하거나 홍보자료를 내지 않는다. 수상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조용히 상패와 상금만 전달할 뿐이다. 지난 3월에는 창원 주남저수지에 빠진 차에서 사람을 구한 경찰과 민간인 등 5명이 의인상을 받은 것을 알려졌다.


강진성기자 news24@gnnews.co.kr
 
▲ LG그룹 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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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학 2018-05-21 08:26:17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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