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아버지의 자리
[경일칼럼]아버지의 자리
  • 경남일보
  • 승인 2018.05.1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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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학언해(공자가 제자인 증자에게 해주신 말씀)에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授之父母)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는 것이라는 뜻이다. 조선 중기 문신인 정철은 훈민가에서 ‘아버님이 나를 낳으시고 어머님이 나를 기르시니 두 분이 아니셨다면 이몸이 살 수 있을까 이 하늘같은 은혜를 어떻게 다 갚을까’라는 시구가 있다.

또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오.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없어라’ 어머니 마음의 노래를 부르거나 듣곤 했다, 지금도 어머니를 생각하면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오월은 가족의 달이다. 어린이의 날도 어버이날도 다 있어서 일 것이다.

어버이날은 본래 영국, 그리스의 풍습 즉 사순절의 첫날부터 넷째 주 일요일에 어버이의 영혼에 감사하기 위해 교회를 찾는데서 비롯되어 1914년 미국의 제 28대 윌슨 대통령이 5월의 둘째주 일요일을 어머니의 날로 정하면서부터 정식기념일로 지정되어 내려오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1956년 국무회의에서 해마다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정해 계속 이어오다가 1973년 어버이날로 개칭해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어머니’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찡해오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 ‘어머니’라고 한다. 탈무드에서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서 어머니를 보냈다’ 고 한다. 어버이날 하면 이렇듯 어머니를 떠오르게 된다. 하지만 지금 아버지의 자리는 어떤가 생각해 본다.

미국, 일본 등지에서는 아버지날을 별도로 5월 셋째 일요일로 정했다. 이 시대 아버지는 명예퇴직 등 사회적으로 힘들어하고 가정에서도 일식이 이식이하며 설자리를 잃은 모습, 노인정 경로당에서도 어머니들의 기세에 밀려 주변을 맴도는 신세(?)로 전락하여 아버지의 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 최근에 문제가 되는 학교폭력 문제도 아버지의 권위 상실과 아버지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어머니를 이해하려면 대화가 필요하지만 아버지를 이해하려면 아버지 나이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아버지, 오늘 하루 어땠어요?” 말 한마디가 처진 어깨를 다시 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필자의 시 아버지를 소개한다.

/아버지/앞산언덕 연한 삐삐 돋아나는 이맘때면 짐 벗고 쉬고 있는 아버지를 그려 봅니다/첫닭 울기 전 어둠지고 논밭으로 나간 이유 지금은 알았습니다/뙤약볕 내리쬐는 한여름 메마른땅 일구며 구슬땀 흘린 사연 가슴 저려 옵니다/객지 나간 자식위해 새끼줄 묶은 쌀 푸대 둘러메고 검게 탄 얼굴로 불쑥 찾아와 부끄러웠던 기억 한없이 후회 합니다/장에 가고 읍면 나갈 때는 자전거에 삽괭이 싣고 가는 사연 이제야 깊이 깨달았습니다/줄줄이 딸린 자식 논마지기 마련코자 엄동설한 소쿠리에 담은 서릿발 같은 보리밥 먹으며 노가다의 아픈 사연 눈물 납니다/술 치러 나온 통에 누룩까지 노심초사 그렇게 좋아하던 막걸리 한 사발 내손으로 대접 못해 평생 마음에 걸립니다/무섭고 엄했지만 자식위해 일생 바친 아버지!/그립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주용환(사천경찰서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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