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도전]오페라 꿈을 이룬 한유진씨
[행복한 도전]오페라 꿈을 이룬 한유진씨
  • 임명진
  • 승인 2018.05.21 2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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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병극복하고 콘서트 무대 “지금, 정말 행복해요”

 

“나이가 많아 그동안 차일피일 미뤄왔는데 이렇게 무대에 설 수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어요. 꿈 많던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간 기분마저 들어요”

자신의 꿈을 향해 당찬 도전에 나선 50대 주부가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진주에 살고 있는 올해 57세의 한유진씨.

음악 비전공자인 그녀는 지난 18~19일 경남도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에서 합창단의 일원으로 당당히 무대에 섰다.

서부경남 유일의 오페라단인 ‘경상오페라단’이 주최한 이 공연은 오페라를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각색해 관객이 보다 쉽게 오페라에 접근할 수 있도록 꾸몄다.

 

 


최강지 경상대 음악교육과 교수가 지휘한 이번 공연에는 재능 있는 일반인도 참여했다.

대학교수를 비롯한 다양한 직업군의 중장년층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속에는 유진씨가 있었다.

평균 연령은 40~50대로 유진씨는 지원자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축에 속했다.

비록 주연이나 조연배우는 아니지만 다른 일반인 합창단원과 함께 무대에 올라 열정적으로 노래를 불렀다.

유진씨가 이 무대에 서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아내로, 엄마로서 살아가다 보면 하고 싶은 일도 선뜻 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사춘기 시절 그녀는 노래 부르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꿈 많은 소녀였다. 탁월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노래를 부르는 순간은 정말로 행복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7남매 중 맏이었던 유진씨는 어린 마음에도 동생들을 보살피고 부모님의 일을 도와야 한다는 책임감이 가득했다.

하루 종일 동생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하다 보면 시골에서 사춘기 소녀가 할 수 있는 여가활동이라는 게 많지가 않았다.

그래서 학교 가는 길은 늘 기다려졌다. 키만큼이나 활짝 피어 있는 코스모스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야 학교가 나왔다.

 

 


그 길을 학교에서 배운 노래를 나지막이 부르며 가는 시간만큼은 순전히 그녀만의 세상이었다.

노래를 부르고 싶어 중학교에 진학해서는 동아리 합창단에 가입해 열정을 키워갔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거쳐 사회인이 되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성실한 남편에 든든한 두 아들에, 가정주부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동안 노래에 대한 열정은 점점 치열한 일상에 밀려 한낮 추억으로만 남았다.

“어느 순간 나이는 들었고, 한번 해 봐야지 하면서도 자신이 없었어요.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듣는 것으로 만족하고 지냈지요”

그럴수록 추억은 새록새록 살아났고 늦었지만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더욱 간절해 졌다.

어느새 성인이 된 두 아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갑자기 찾아온 갑상선기능저하증이라는 진단도 그녀의 노래에 대한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경남도문화예술회관에서 운영하는 시민 오페라 강좌를 알게 됐다. 생소한 오페라였지만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도전은 그녀의 생활을 바꾸어 놓았다. 누구보다 더 열심히 보고 배우려고 애를 썼다.

 

 


“내가 참 행복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이렇게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이 제겐 꿈만 같은 일이에요. 이 나이에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좋았습니다”

최강지 교수는 “수줍음도 많으시지만 강의 참여율도 높고, 열정적으로 노래를 배우려고 하는 훌륭한 학생”이라고 말했다.

몇 개월 동안 준비한 공연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두어 시간의 공연시간 중 그녀가 무대에 선 시간은 10여 분 남짓. 하지만 사춘기 소녀시절부터 이 순간을 꿈꿔 온 그녀에게는 잊을 수 없는 무대로 남았다.

그녀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 도전할 계획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이 있다면 늦었지만 한번 시도라도 해 봤으면 좋겠어요. 생각치도 못한 벅찬 느낌이 올 거예요.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 한유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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